10년 만에 찾아온 치통
언젠가는 그렇게도 생각했었죠. 어리고 순진하던 그 시절에는… 나의 조각을 나눠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라구요. 제가 무슨 ‘내 몸을 받아 먹어라, 내 피를 받아 마셔라’ 하시는 그 분도 아닌데 그때는 참 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걸까요. 네, 맞아요. 그 때는 어렸으니까, 그리고 다들 어리다고 그렇지는 않은게 요즘 세상이지만 부끄럽게도 순진하기까지 했으니까.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기는 해요.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제가 아무리 노력해서 나의 조각을 나눠 준다고 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는거죠. 바꿔 말하자면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죽기보다 더 쓰기 싫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게도…’
그냥 몇 년 살지 않은 짧은 경험으로 미뤄볼 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경우들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곤 했어요.
1. 추구하는 행복이 나의 그것과 너무 멀고 달라서 나의 것을 나눠 줘봐야 무용지물인 경우: 이 경우는 예를 들기 시작하면 너무 구차해지므로 생략. 내가 소중하게 생각해왔던 행복의 조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인해 초라한 것으로 여겨질 때만큼 의지없이 태어난 삶이 싫어질 때가 없죠. 참 지긋지긋하게도 겪어봤어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2. 자기가 행복한지 모르는 사람: 불감증이거나, 기대가 높거나, 또는 단 한 번도 심각하게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을 안 해봤거나… 원하시면 체크리스트 PDF 보내드릴께요. 물음의 1번은 ‘끼니는 꼬박꼬박 챙겨드실 여유가 있습니까’ 에요. 관심 있으신지?
3.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모르는 사람: 이건 뭐랄까 자가학습이 좀 필요한데, 이 부류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 불을 지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죠.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꺼져가는 불에 땔감을 얹어 줄 수는 있어도 아예 있지도 않은 불을 지펴줄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살지는 못해요. 몰랐다구요?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면 다행인거죠. 성냥 여기 있으니까 불이라도 한 번 지펴보세요. 보니까 나무가 너무 오래동안 말라 있었던거라 불도 금방 붙어서 타 없어지겠네요.
하여간 어떤 사람을 알게 되어서 결국에는 이런 부류에 속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포기의 끝에서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형언할 수 없이 우울한 것이었어요. 그건, 다들 사람이었으니까 그랬을거에요. 내가 지금 고쳐보려 해도해도 고칠 수 없는 라디오를 포기하거나, 밑줄 쳐 가면서 읽고 읽고 또 읽어도 도저히 뭘 얘기하고 싶은지 감도 잠을 수 없는 책을 내 던지는게 아니니까… 다들 사람이니까 포기하는게 너무 힘들었던 건데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도 살려면 때로 포기해야만 되더라구요. 돌이켜보면 삶이라는 건, 나이 먹는다는 건 안타깝게도 포기하는 법 내지는 포기하고도 마음 편해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더라구요. 그래야 마지막 순간에도 적당히 포기하고 떠날거 아니에요. 몇 달 몇 년 간을 의식만 붙은채로 주위 가족들 힘들게 하지 않고서.
인간의 역사에서 언제나 밤길은 춥고 외로웠으니 옷깃을 꼭 여미고 다니시기를 바래요. 너무 춥고 힘들다고 느껴지면 그 늦은 시간에도 드문드문 불 켜져 있는 집들로 찾아가서 문을 두들겨 보세요, 그리고 도움을 청해보세요. 저는 뭐 그렇게 잘 생각 못하겠던데, 되려 저로 하려금 세상에 희망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게금 만든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아직 세상에는 희망이 남아 있다고 나불대고 다니더라구요.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그렇게 추운 밤길을 혼자 방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이유없이 잇몸이 부어 기분이 나쁜 밤이라 이만 잠을 청하러 갈까 해요. 공기가 너무 끈적끈적해서 짜증이 다 나려고 해요.
# by bluexmas | 2007/06/11 13:53 | — | 트랙백 | 덧글(8)
하지만 행복은 어떡해서 오는게 아니더라구요.
행복은 내가 결정하는 마음상태.
선택사항이었던거죠. 흠..암요..
basic님: 뭐 어떤 사람은 소박한게 호텔 식당에서 밥 먹는거더라구요…나는 집에서 비빔국수 해먹는건데. 저도 원래 미련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살기가 불편했었죠. 그냥 그건 아무도 모르는 자신과의 싸움같은거에요.
chan님: 가끔은 아주 말도 안되는 작은 일에 좋아라하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속이면서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미친 생각도 하게 되죠. 그러나 자기가 노력 안 하면 어쨌든 행복해질 수 없는 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