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ing Illustrated-땀 냄새가 배어나는 제과 지침서

(엄밀히 따지면 책 포스팅이지만 결국 음식에 관련된 것이므로 음식 밸리에 올립니다)

두꺼운 표지, 잘 차려 입어서 밀가루라고는 만져본 적도 없는 것 같은 Pastry Chef, 그리고 예쁜 접시에 곱게 담긴 빵이나 과자의 사진이 담긴 제과 지침서를 찾는다면 이 책은 정답이 아닙니다. 식품 제조회사의 Test Kitchen에서 그렇게 하듯 최상의 레시피를 찾아내기 위해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만든 뒤 결과를 공개하는 ‘America’s Test Kitchen’ 이라는 프로그램(그리고 ‘Cooks Illustrated’ 라는 잡지도 있습니다)에서 제과에 관련된 레시피만을 모아 낸 책이 바로 이 Baking Illustrated인데, 예쁜 사진 따위가 없는 대신 수 백가지에 이르는 빵과 과자, 케잌의 레시피가 무려 500페이지에 걸쳐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제과의 과정은 재료의 배합이나 구워 내는 온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결과물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일종의 화학 반응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각각의 제과류의 최상 레시피를 찾아 내는 방법은 그러한 기본적 화학 반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결과, 즉 레시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찾는 과정까지도 상세하게 기술해 줘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읽는 재미마저 선사해줍니다(미국에서 Food Network 즐겨 보시는 분들에게는 Alton Brown의 Good Eats와 비슷한 분위기도 느끼실 수 있을 듯). 거기에다가 그 상세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냉소적인 것이어서, 계속 읽다보면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똑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반복해서 실험을 하다보니 지겨워서 다들 약간씩 삐딱해진 건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책의 시작을 제과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재료와 도구에 대한 설명으로 하기 때문에, 처음 막 이런 분야에 관심을 느껴서 시도해보려고 하는 분들께 좋은 책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으로 보아서 처음 얼마동안은 잘 만드는 것보다는 타거나 예쁘지 않더라도 일단 결과물을 만들어 내서 재미를 붙여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림도 없고 글씨도 빽빽한데다가 고압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로 잔소리 하는 듯한 분위기의 글들은 흥미를 돋구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사실 저는 맨 처음 시도해 보았던 치즈케잌이 이 책의 레시피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러므로 처음에는 우리의 친절한 인터넷을 뒤져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을 기준으로 해서 즐겨 먹는 거의 모든 빵, 쿠키, 케잌, 파이류의 레시피가 총 망라되어 있지만, 케잌에 한해서는 단지 Genoise 따위를 굽는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라 한차원 높은 장식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독학이라도 하려면 별도의 책이 필요합니다(김영모씨의 책이 최고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결과물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가 최고 내지는 최적일 수 있지만, 맛을 느끼는 것은 사실 지극히 주관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이 책의 레시피가 완전 최고 내지는 최적의 것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저도 책을 사고 나서 몇 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별로라고 느끼는 경우가 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가격이나 질로 보았을때 정말 한 권이면 평생 다른 책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by bluexmas | 2007/06/06 12:10 | Book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ppink at 2007/06/06 12:41 

좋은책 감사합니다.

꽤 고가의 책이네요~ ㅎㅎ (yes24 급검색)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6 12:43 

미국에서는 25불인가 밖에 안 해요. 비쌀 이유가 없는 책인데…

 Commented by CutieBerry at 2007/06/06 12:47 

핫, 베이킹…! 했는데 비싸군요. <<저도 검색^^;;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6 12:56 

저도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까 생각보다 비싸네요… 아무래도 수입이라 그런가봐요. 저는 아마존에서 $23 주고 샀거든요.

 Commented by blackout at 2007/06/06 13:57 

예쁜사진이 없으면 안사는데…ㅠ_ㅠ

 Commented by 보리 at 2007/06/06 21:39  

‘America’s Test Kitchen’ 좋아해요. 정말 엄선된 레서피만 보여주는. 토요일 오후, TV앞에 붙어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지요. 저희 동네에서는 pbs에서 방영해주거든요. 책 갖고싶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7 12:26 

blackout님: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김영모씨의 책이 최고에요. 값도 싸고…미국 요리책들은 너무 허세가 심한 것 같아서 사실 별로 사고 싶지 않더라구요.

보리님: 저는 사실 그 프로그램 거의 보지 못했는데 한 번은 meat loaf의 형태를 유지한다고 젤라틴을 넣는 걸 보고 좀 놀랐어요. 아무리 그래도 젤라틴은 좀…

책은 정말 만들지 않아도 읽는 재미가 있답니다. 강추에요^^

 Commented by 빈틈씨 at 2008/03/05 10:57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저번에 밸리에서였던가… 링크타고 돌아다니다가 블로그에 왔다가

저 책 내용을 보고 제가 찾던 책 같아서 엊그제 받았거든요.

겨우 살펴보기만 했는데 정말 책이 너무 괜찮아서요

알려주신 bluexmas님께 꼭 고맙다고 인사드리구 싶었사와요.

어디서 배운 적이 없는 베이킹 실력이라 맨날 뭔가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는데, 온라인 눈팅으로 익히는 것에서 모자라는 것들을 채워주는 내용이

많아서 정말 알차고 좋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3/05 14:21 

안녕하세요^^ 다른 블로그에서 보았던 이름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제가 글에서도 썼지만, 그림보다는 글로 승부하거든요. 기본적인 빵만들기를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는 것 같아요. 실패의 확률도 적구요.

맛난거 많이 해 드시고, 종종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