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의 4일 연휴(2)-새우구이와 비빔국수

연휴의 세 번째 날, 한체급 올려 올림픽에 도전하는 레슬링선수의 몸가짐으로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어제는 새우를 3천원어치 사다가 구워 먹었습니다. 비싸지도 않고 조리하기도 너무 쉬워서 자주 해 먹을 것 같으나 한 번 먹으면 질려서 두 달에 한 번도 채 안 해 먹는게 새우구이입니다. 반 파운드만 달라고 그랬는데 3/4 파운드씩이나 줘서 다섯마리는 나중에 새우탕 끓여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어놨습니다. 춥다고 투덜거릴법도 한데 아직까지는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습니다. 바다 생각은 안 나는지…

새우구이는 정말 조리법이랄게 없습니다. 잘 씻어서 팬에 던져 놓으면 됩니다. 예전에는 팬에 굵은 소금을 깔아서 한동안 구운 다음에 그 위에 얹어서 소금구이를 해 먹었는데, 그릴팬을 산 뒤에는 거기에 그냥 구워줍니다. 한 면당 1분 30초에서 2분 정도, 빨갛게 될 때 까지 구워주면 되는데, 새우들은 고집이 세서 뜨겁다고 돌아눕지 않으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뒤집어 줘야만 합니다. 알아서 돌아 누울 것을 기대하신다면 탄 새우를 드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다 익으면 먹습니다. 저는 보통 해산물을 고추장이랑 같이 먹기 싫어해서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아무래도 매운 고추장 맛이 해산물의 맛을 압도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새우는 꼬리만 빼고 다 먹는데, 먹다가 보면 배가 불러와서 반쯤 먹고 나면 머리고 떼고 껍데기도 벗겨서 먹습니다.

날이 더워서 밥 먹기가 싫어지는 건지, 며칠째 밥이 안 땡겨서 대신 비빔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양념장에는 평범하게 고추장, 식초, 설탕을 섞었는데, 꿀 약간과 다진 파, 마늘, 그리고 마가리타 만들고 남은 라임즙을 넣어줬습니다. 덕분에 초고추장의 텁텁한 맛이 좀 중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약간 상큼하게… 하여간 채썬 오이와 양념장을 버무린 다음 참기름과 깨소금, 그리고 남겨둔 채썬 오이를 고명으로 얹습니다. 원래 매운 음식은 잘 먹지도 만들지도 않는데 만든 양념장을 다 섞으니까 너무 매울 것 같아서 냉장고에서 싹 날때까지 대기하고 있던 청경채를 밑에 깔아줬습니다. 거기에 좀 시원해야 될 것 같아서 냉장고에서 갈은 얼음을 뽑아서 섞어줬습니다.

비빔국수는 기억에 처음 만들어 보는 것 같은데, 맛있었지만 예상대로 너무 매워서 후식으로 수박을 반 통쯤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말에만 먹는 아이스크림도 퍼먹고 소파에 널부러져서는 살찌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듣다가 소화시키기 지쳐 잠들었습니다. 역시 집이 조용한 동네에 있으니 좋습니다. 서울에서라면 못 들었을 살찌는 소리도 듣고…아직 배터져 죽지 않았으니 기획 연재는 계속됩니다.

 by bluexmas | 2007/05/29 11:56 | Taste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잔야 at 2007/05/29 12:29 

저도 새우는 꼬리 빼곤 다 먹는 편인데… 친구들이 야만인 같다고 매우 구박했어요 ㅇ<-< 머리 그래도 맛있지 않나요? ;ㅅ; 냠냠.

 Commented by 플라멩코핑크 at 2007/05/29 13:03 

bluexmas 음식 포스팅 볼때마다 왠지 신기해요. 전 요리하고 접시에 착 올려놓는 순간 먹고싶지 않더라구요. 음식만드는 동안 냄새를 계속 맡아선지, 아니면 요리하느라 너무 지쳐선지 어쨌든 배고픔이 없어져요. 결국 친구나 가족들이 냠냠 먹어주지요. ㅋ

 Commented by basic at 2007/05/29 13:42 

아. 내일 장보러 가서 수박을 사겠숨다. 갑자기 먹고 싶어요- 저는 조만간 잔치국수(포장마차국수)를 만들 예정입니다. 아쥬 맛있게 만들 수 있거든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29 14:47 

잔야님: 왜 스시집에 가서 생새우 시키면 머리는 튀겨서 주잖아요? 머리도 먹을만한데… 새우는 워낙 가분수라서 머리떼고 껍데기 벗기면 너무 먹을게 없어요. 친구들이 너무 곱게 자라서 머리도 안 먹나봐요. 저는 거칠게 자란 인생이라 꼬리도 누가 말리지 않으면 먹을지 모르죠. 키토산이라도 섭취하려구요.

플라멩코핑크님: 저는 어차피 먹어줄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한거 다 먹어야 돼요. 그러고보니 저는 냄새를 잘 못 맡는 것 같아요. 음식은 사실 주말에만 만드는데 그냥 쉬니까 잘 먹어보겠다고 하는거죠 뭐.

basic님: 요즘 수박 제철 됐어요. 그냥 집어와도 다 먹을만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속살만 한 번에 발라서 통에 넣어놓고 먹지요. 사실 국수는 잘 먹는 편이 아닌데 뒤져보니까 나오길래 오랜만에 만들어봤구요(항상 저탄수화물 식단 위주거든요).

 Commented by 카렌 at 2007/05/29 15:46 

얌전한 새우들이네요 ㅠ_ㅠ

링크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30 13:14 

카렌님, 새우들이 얌전하기는 한데,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집에 세서 돌아 눕지를 않더라구요…

그런데 링크가 무슨 간첩인가요? 신고하게…

(너무 썰렁하죠? 죄송해요. 제가 원래 이런 인간이다보니…)

 Commented by 카렌 at 2007/05/31 13:12 

어머 분단국가에서 링크를 모르시다니 역시 고국을 뜨신지 오래되셨군요!

(저도 만만치 않으니 죄송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ㅠ_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5/31 13:37 

카렌님: 저는 끝까지 찾아서 밀린 답글도 다 다는 사람이랍니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니, 그건 정말정말 모르는 사실인데,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일본과 떨어진 상태를 이제는 분단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거봐요, 제가 더 심하다니까… 혼자 너무 오래 지지고 볶고 살아서 거의 다중인격상태라니까요-_-;;;)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01 07:17 

으하하하하하. 딥따 귀여우시다 ㅠ_ㅠ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01 07:19 

끝까지 찾아서 다는 게 사실이시라면 또 시도해봐야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1 10:48 

딱 걸렸네 딱 걸렸어~

어째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돌아오는데 카렌님이 여기에 답글 다느라구 자판기 두들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더래니까요. 그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잽싸게 컴부터 켰더니 아니나 다를까, 딱 걸렸네 딱 걸렸어~

 Commented by 카렌 at 2007/06/01 14:54 

지금도 들리십니까!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1 20:46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