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ress (2006)- 지긋지긋한 일상에 내려앉은 만화같이 상큼한 변주
미국 남부 어느 시골 마을에서 파이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식당 여종업원 Jenna(Keri Russel 분)의 삶은 거머리같이 찰싹 달라붙은 남편 때문에 지옥의 굴레와도 같습니다. 거기에 아이까지 가져 겹지옥의 경사가 겹친 그녀의 삶에 예기치 않은 사랑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은 상상도 못해봤던 방향으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아틀란타 같이 비교적 큰 도시에서조차 소위 말하는 인디 영화를 접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작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이 영화를 보려고 야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구린 극장을 찾았지만, 그렇게 극장을 찾을 보람을 느낄 만큼 이 영화에는 재미와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만화가 원작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줄거리와 그것의 전개가 주는 느낌이 만화스럽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로… 그래서 영화는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늘어지는 구석이 단 5분이 안 될 정도로 쉴 새 없이 줄거리를 전개하며 주인공들은 물론 그만큼 영화에 훌륭한 양념이 되는 조연들에게도 시간과 공간을 할애합니다. 열 몇 살 때부터 Mickey Mouse Club에 출연했다는 Keri Russel은 물론, 모든 주조연들의 연기도 너무 훌륭합니다. 단 한가지, 영화 중간중간마다 Jenna가 자신의 감정을 새로운 파이 레시피로 표현하려는 장면들이 곁들여지는데,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 자체가 그다지 감정과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 전체에서도 파이가 크나큰 비중을 차지할 것처럼 비춰지지만, 주인공이 파이 만들기 경연 대회에 나가 1등을 먹을 정도가 되어도 파이는 그저 양념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자꾸 만화를 들먹이게 되는데, 영화 전체의 분위기나 색감도 충분히 만화스럽습니다. 하여간 너무 재미있게 봐서 미국에서 대도시에 계신 분들이라면 꼭 극장을 찾아가서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DVD도 괜찮구요.
참고로, 각본을 쓰고 감독도 하고 출연마저 한 Adrianne Shelly 는 영화 마무리 작업기간에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알게 되었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사진이 좀 작지만 오른쪽 끝의 배우).
# by bluexmas | 2007/05/28 15:06 | Movie | 트랙백 | 덧글(7)
비공개 덧글입니다.
증말보고싶다..
비공개님: 아침에 일어나서 답글 보고 바로 고쳤어요. 오타라니, 부끄럽습니다요.
휴가는 배터져라 먹으면서 게으르게 잘 보내고 있답니다. 말씀하신 영화는 제목을 들어본 것도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네요. 최근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같은 인디영화 Once라고 있는데, 그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음악을 소재로 한 거라서… 그리고 비틀즈랑 미국의 6,70년대를 소재로 한 Across the Universe도 기대되구요.
chan님: 저 포스터에서 주인공이 입은 옷의 노란 색감이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빛나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포스터를 보면 뭐랄까, 주인공이 결국은 가지게 되는 행복의 느낌이 과연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아이님: 제 블로그에는 처음 오신 것 같은데 반갑습니다. 블로그 가보니까 일본에 계신 것 같던데 혹시 일본에서는 상영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