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번째 야구장 나들이 (04/07/08)

저의 봄은 늘 야구와 함께 시작합니다. 4월 초면 아틀란타는 서울의 초여름처럼 따뜻해지고, 주말의 낮 경기에 맥주를 한 잔 사 들고 10불 정도 하는 표를 사서 야구장에 앉아 있노라면 겨우내 쓰러져 자고 있었던 행복이 스멀스멀 다시 찾아 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올해는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덕에 야구장 나들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어디에서 덕아웃 바로 뒤의 공짜표($48)를 구해온 덕분에 정말 가까이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겨울 스웨터에 코트. 목도리까지 중무장을 하고 앉아 있어도 해가 가신 뒤에는 쌀쌀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제가 본 경기는 지난 일요일, 메츠와의 세 번째 경기였습니다. 메츠의 선발 투수는 Orlando “El Duque” Hernandez였습니다. 뭐 별명이 말해주듯 현란한 하이킥의 투구모션이 인상적입니다. 타이밍 맞춰 사진 찍느라 애 먹었습니다. 빠른 공보다는 체인지업과 커브 등으로 먹고 사는데, 공의 궤적이 보일 정도로 느린, 60마일대의 커브도 종종 던지더군요. 나이 때문인지 하이킥 때문인지 투구수가 90을 넘기니 지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6이닝 2안타였나? 시즌 내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별 볼일 없는 메츠 선발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게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일요일이 부활절이었는데, 구단에서 내보낸 ‘공인’ Easter Bunny말고도 한 무더기의 뚱땡이 민간인 토끼들이 경기장을 찾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다들 과체중이어서 토끼보다는 귀가 긴 북극곰으로 보이더군요. 근처 코카콜라 본부에서 도망들 나왔는지…

아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중앙 전광판은 세계에서 제일 큰 HD 모니터입니다. 작년에 바꿨는데 올해 다시 보니까 정말 선명하더군요.

하여간 시종 일관 팽팽한 투수전이었던 경기는 브레이브스가 8회 두 점을 뽑아 역전, 3:2로 이겼습니다. 같이 간 친구들이 다들 메츠 팬이라서 그냥 저 혼자 조용히 좋아하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제 날씨도 슬슬 풀리는데 6월쯤 밤 경기를 보러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by bluexmas | 2007/04/12 11:10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