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n Unplugged (2007)-Leave that freak on the leash, please
지난 주 어느 날 저녁, 토할만큼 지겹도록 재방에 재방을 거듭하던 말도 안되는 리얼리티 쇼들 사이를 뚫고 콘의 언플러그드 공연이 방영되었습니다. 이제는 MTV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 자체가 치욕이라고 여겨질 법한 MTV에서… 이미 제가 지구에서 가장 싫어하는 밴드 Evanescence의 Amy Lee가 참여한 Freak on a Leash를 몇 번 보고는 그 어이없음에 구토를 참기 어려웠지만, 콘도 오랜만이고 또 언플러그드도 그렇고 해서 꾹 참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하지만 길지도 않았던 공연을 간신히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느낀 점이라곤, 이 공연이 콘과 MTV 양쪽의 시대가 갔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징표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 뿐이었습니다.
일단, 이 공연은 너무 난잡합니다. 뭐 언제나 보여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나 음악을 보여주거나 혹은 들려주기 위해서 온갖 현악기와 타악기들을 동원한 시도까지는 나무랄 수 없겠지만, 그 많은 악기들이 깔아주는 음 사이를 우렁차게 뚫고 나오는 오리지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기타와 베이스의 긁어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속이 불편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편곡이라는게 물론 악기들을 더하고 덜하는 것도 되겠지만, 이왕 언플러그드 공연을 위해서라면 무작정 그렇게 긁어댈게 아니라 조금 더 생각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곡들에서는 너무나 좋았던 리프들이 참으로 가난하게 들리더군요. 정말 기타가 긁어대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베이스는…
거기에다가 결코 뛰어다나고는 할 수 없는 조나단 데이비스의 보컬은 연주되는 곡들이 가진 안타까움을 배가시킵니다. 그래도 뭐 자신들의 곡이야 그렇다 쳐도, 라디오헤드의 Creep이라니… 저의 안타까움과 어이없음은 곡의 절정부분에서 웃음으로 치환되어 폭발하듯 온 집안을 메꿨으니, 저는 이 공연을 요즘 MTV에서 보여주는 다른 리얼리티 쇼와 같이 웃기려고 기획한 것은 아닌가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너무나 진지한 모습으로 다들 연주하고 있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너무 웃기더군요. 끝 부분에서는 일본 드럼 셋까지 총출동하여 이 공연을 통크게 마감하려 노력하지만, 쥐어짜듯 앵앵거리는 보컬은 그 모든 피나는 노력들을 너무나 김새는 것으로 바꿔버리고 맙니다.
콘이라는 밴드의 음악이 언플러그드에 적합한지 아닌지, 저는 판단할 능력도 없고 또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밴드가 이 공연을 기획, 실행한 이유가 자신들의 새로운 모습, 또는 음악적으로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중구난방스럽고 번잡한 무대며 악기들, 그리고 연주 속에서 콘은 원래 보여주던 힘마저도 잃은 듯 무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태껏 MTV의 언플러그드가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정말이지 MTV도 이제는 갈데까지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 by bluexmas | 2007/03/12 13:38 | Music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