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영화들(1)

연말도 다가오고 해서, 올 한 해동안 극장에서 봤던 영화들을 간단히 정리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1. Lemony Snicket’s Unfortunate Event (01/16/05)

영화의 시각적인 배경도, 짐 캐리의 개인기도 저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던 이 영화는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자체가 unfornate event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통과.

2. Assault on Pressinct 13 (01/21/05)

버려진 도시 디트로이트의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겨울 날, 잘 나가는 범죄조직의 보스가 대낮의 성당(교회?)에서 그것도 미사 중에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렇게 거리낌 없을만큼 그는 경찰과도 깊숙하게 연계되어 있지만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사고를 친 나머지 경찰들과 사이가 나빠지게 되고 나빠지는 날씨로 인해 임시로 머무르게 된 13구역의 파출소에는 그와 부패에 연루되었던 경찰들이 모여 파출소 자체를 싹 쓸어버리려 합니다. 한편, 별 볼일 없는 이 13구역의 파출소에는 원래 강력반에서 대 마약 업무를 수행했으나 임무 중 동료와 애인(잘 기억이 안 납니다…)을 잃은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해 스스로를 포기한채로 사는 역시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경찰(에단 호크 분)이 그저 매일매일을 시간 죽이는 기분으로 살다가 갑자기 닥친 급박한 상태에 본능적으로 대처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토리만 본다면 경찰 조직의 내부 부패와 이를 덮으려는 음모, 본의 아닌 인질극 등등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Negotiator(1998)’를 생각나게도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는 사뮤얼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가 보여주었던 종류의 팽팽한 지적 대립이나 반전은 맛보기 어렵고 그저 그 공백을 열심히 액션이 메꿉니다. 물론 적이지만 생존이라는 공통 목표를 두고 본의 아니게 협력해야 하는 경찰과 범죄자들의 갈등이 영화 전반에 약간의 긴장을 불어넣는데는 성공합니다만, 영화 전반의 구성은 그렇고 그런 액션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액션 영화의 범주에서만 본다면 그렇게 지루하지 않게 볼 수는 있는 영화였습니다. 에단 호크와 로렌스 피시번이 출연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는지 모르겠군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운 여름에 상영했으면 더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영화였습니다.

3. Constantine (02/18/05)

제가 키아누 리브스였다-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은 없을테지만-면, 매트릭스 3부작의 후속작으로 이런 류의 영화는 고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무식쟁이에게 매트릭스를 맛보고 난 뒤 보는 이런 영화는 그저 밋밋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예고편에서 본 액션이 정말로 전부였다는 것을 알아차릴때 밀려드는 허무함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잔뼈가 굵은 이가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 영화 콘스탄틴은 비주얼이 뛰어나긴 하지만 나머지 모든 부분이 비주얼을 받춰줄만큼 영글지 못했기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 꼴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어차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고 결말로 보았을때 후속편이 나올 분위기이니 다음편부터는 좀 나아지기를 바래봅니다.

4. Be Cool (03/04/05)

‘Get Shorty (1995)’ 의 속편이라는 이 영화는 잘 나가는 배우들(존 트라볼타, 우마 써먼, 더 락, 빈스 본)들이 열심히 등장해주지만, 개인기를 빼놓으면 뭔가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그저 이런 영화의 본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적당한 시나리오에 배우들 잘 캐스팅해서 넣고 적당히 찍어주면 또 적당히 관객도 동원하고 돈도 좀 벌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그다지 심각해질 필요도 없이 그저 심심할때 몇 불 내주고 가서 보면 시간 때우기에 좋은, 그런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by bluexmas | 2005/12/19 14:05 | Movi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