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와 대체육의 시대
작년 말에 낸 아홉 번째 단행본 ‘맛있는 소설’에는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소재 삼아 쓴 글이 있다. 아는 이는 알다시피 ‘맛있는 소설’은 소설 속 음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고, 그렇다면 ‘채식주의자’ 이야기를 하지 않기가 여러모로 힘들다. 그래서 접근했는데 원작의 엄중함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 똑같이 엄중해지지 않으려고 고민을 꽤 많이 했었다.
여느 때처럼 뜨개를 하고 들어와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떴더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나를 포함 많은 이들이 너무 멀리 보고 쓸데 없이 많이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자문했다. 작가 개인에게도 축하할 일이지만 역사와 사회적 의미며 현 정부가 드러내놓고 미워하는, 만년 침체기인 도서 출판계의 현실까지 수없이 많은 생각이 떠올라 머리가 잠시 복잡했었다.
그런 한편으로 신나기도 했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외국의 작가들도 노벨 문학상을 탔다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며 작품을 찾아 읽기 때문에 한편 특수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바로 여기에 우리와 늘 함께 있었던, 모국어로 작품을 쓴 작가가 상을 탔다니! 관련된 많은 이들이 책의 폭발적인 수요에 행복한 고민을 할 것을 생각하니 마치 내 일처럼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래, 출판계에도 이런 경사가 있어야 좀 살지.
한편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겸연쩍어서 엄청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직업적 고무감을 느꼈다. 작년 올해 내적으로 방황하고 있었는데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도 열심히 읽고 쓴다는데 그 눈썹 한 가닥이나 될까말까한 나도 뭐라도 더 해야하지 않겠는가?! 라는 자못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마음이 먹어지더라 뭐 그런 말이다.
어쨌든,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소설’에 수록된 ”채식주의자’와 대체육의 시대’의 전문을 올린다. 책에 실린 것보다 조금 덜 다듬어진 것이다.
‘채식주의자’와 대체육의 시대
아이고, 답답해.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가슴을 팡팡 쳤다. 세상에 기껏 고기 따위를 놓고 이렇게 끔찍한 갈등을 벌일 수 있다니. 아내를 자기보다 열등한 인간 취급하는 남자가 있다. 그저 출근할 때 아침이나 차려주고 살림이나 해주는, 가정부 수준으로 여기는 남자다. 그런 기대를 깔끔하게 충족시켜주던 여자는 어느날 갑자기 골칫거리로 변모한다. 일련의 꿈을 꾼 이후 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작중에서 여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실 고기를 안 먹더라도 남자에게 크게 영향이 갈 일은 없다. 어차피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니까 아침까지 굳이 고기를 찾아서 먹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한다. 육식을 끊음으로서 손상될 수 있는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육식이라고 하는 사회적 통념을 아내가 거부했을때 자신에게 미칠 나쁜 영향만 놓고 전전긍긍한다. 이를테면 회사 대표의 초대를 받은 부부동반 식사 자리에서 육식을 거부하는 아내를 보며 자신의 앞길을 망치고 있노라고 개탄한다. 남자는 아내의 안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육식을 하지 않고, 그래서인지 자꾸만 말라가는 아내가 못마땅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그렇게 사랑은 고사하고 함께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으로서 아내에게 동료애조차 품지 않는 남편은 문제를 자기 선에서 해결하지도 못한다. 여자의 육식 중단 사실은 친정에까지 퍼져 나가고, 급기야 가족의 식사 자리에서 여자의 아버지가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들다가 실패하고 구타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구타로 병원 신세를 지는 여자에게 어머니는 흑염소를 달여와 억지로 먹임으로써 2차 가해한다.
‘채식주의자’는 길지 않지만 끝까지 읽기 어려운 소설이다. 무엇보다 저변에 깔린 지식과 정보의 부재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반드시, 죽어도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걸까? 어떠한 이유에서든 안 먹겠다는 사람에게 굳이 억지로 먹여야만 하는 걸까? 어찌하여 먹는 사람은 먹지 않는 행위를 문제라 여기고 폭력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려 들고 또한 강권할까? 이 자체만으로도 문제이지만 채식이 결핍된 식생활이라 덮어놓고 폄하하는 것도 이젠 구시대의 산물이다. 여기까지 쓰고 책을 들춰보니 ‘채식주의자’는 2007년에 출간된 소설이었다. 어쩐지. 15년 전의 이야기이니 등장인물들의 무지함이 조금은 더 이해가 됐다. 대체육도 없었던 시절이었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식 전반을 향한 무지한 시선이 용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채식은 더 이상 정말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 충실해 풀만 먹는 식습관이 아니다. 일단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재료인 콩이나 버섯류가 있다. 조리를 조금만 익히면 균형 잡힌 식탁을 꾸밀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프로 운동 선수가 채식만으로 건강 및 체력 관리를 하고 비결을 책으로 펴내는 게 다반사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들은 살아 움직이는 기업체이니 전문 요리사들이 채식을 챙겨주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도움이 없더라도 채식은 실현 불가능한 과업이 아니다. 한발짝 반 정도 앞서간다는 기분으로 계획을 세워 움직이면 건실하게 실행할 수 있다.
게다가 신선 식재료에만 의존해서 채식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고기 아니면 채소라는 이분법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대체육 이야기를 했지만, 그보다 더 고전적인 식물성 단백질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대표적인 예가 세이탄(seitan)과 템페(tempe)이다. 세이탄은 밀의 주요 단백질인 수화 글루텐을 가공한 식재료로 맛이 중립적이라 고기와 거의 똑같이 조리할 수 있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거의 없으며 닭고기 또는 쇠고기와 거의 비슷한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름이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 라면에서 빠지면 섭섭한 건더기의 원료인 콩단백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한편 템페는 청국장과 흡사하다. 인도네시아의 발효식품으로 청국장처럼 콩 알갱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맛도 고소함이 두드러지는 게 한편 청국장, 또 한편으로는 치즈와 흡사하다. 콩 알갱이가 뭉쳐져 있는 형태라 썰어 구워 먹어도 되고 튀기거나 볶는 등, 크게 구애받지 않고 조리해 먹을 수 있다. 2021년 여름, 채식 장려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맛을 보았는데 워낙 청국장을 좋아하는지라 맛있게 먹었다. 수입품만 있는 세이탄과 달리 템페의 경우 국내 생산되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여자의 채식 선택은 현명한 처사이다. 육류는 정말 환경에 부담이 많이 가는 식재료이다. 옥스퍼드와 암스테르담대학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가축을 키워 고기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6~33GJ 수준이다. 물은 367~521m², 토지도190~230m²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무려 1.9~2.24톤에 달한다. 이처럼 육식이 환경에 큰 부담을 안기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줄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식물성 단백질이나 배양육 등을 활용한 대체 육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술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리싱크엑스(RethinkX)의 연구에 의하면, 2035년쯤 정밀 발효로 만든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보다 10배 정도 저렴해질 전망이라고 한다.
이제 해외에서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먹을 수 있을 정도 대체육이 대중화되었다. 국내에도 주요 제품군은 이미 수입되고 있다. 실제 고기와 매우 흡사하게 느낄 정도로 대체육의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 소비자의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세계 육류 대체 식품시장은 50억 달러 규모이며 연평균 6.3퍼센트씩 성장할 전망이다. 더군다나 육류만이 대체 식품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래도 밝다. 대체 계란부터 버터, 치즈, 마요네즈, 심지어 해산물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식재료가 채식용으로 존재한다.
대체육 시장의 선두주자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이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이선 브라운이 설립했다.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해 미주리 대학의 푸훙셰와 해롤드 허프의 기술을 라이센스로 받아와 2012년, 홀푸드를 통해 대체육 치킨 스트립을 출시했다. 현재는 쌀과 완두콩으로 생산한 대체육을 KFC, 서브웨이, 칼스 주니어, 던킨 도너츠 등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와 테스코, 홀푸드, 세이프웨이, 타겟 등의 도소매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주요 제품군으로는 비욘드 소세지, 비욘드 비프, 비욘드 비프 크럼블(간 고기), 비욘드 저키(육포) 등이 있다. 경쟁업체인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보다 맛이 낫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미국 스탠포드대 생화학과 교수 패트릭 브라운이 창립한 대체육 제조 기업이다. 고기, 유제품, 생선 등 다양한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으로 대체하고자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콩 뿌리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 유전자로 헴(heme)을 생산한 뒤 맛과 향을 가미해 대체육을 만든다. 치킨 너겟을 제외한 모든 제품에 헴이 쓰인다. 2016년 버거킹과 함께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한 이래 임파서블 소시지, 임파서블 치킨 너겟, 임파서블 미트볼, 임파서블 포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임파서블 푸드는 월마트와 크로거를 포함한 2만 개 이상의 식료품점과 버거킹, 디즈니 월드를 포함한 4만여 개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고기의 촉촉함을 모사해주는 헴은 임파서블 푸드의 핵심 성분이지만 걸림돌이기도 하다. 헴은 유전자 변형 기술로 만들기 때문에 GMO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다. 가격 경쟁력도 걸린다. 다른 대체육에 비하면 가격이 낮지만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 또한 절대적으로는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통상적인 동물성 육류와 같은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한 대다수 소비자들은 대체육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는 식물성 대체 식재료를 연구하는 기업 더 플랜잇이 있다. 2017년 3월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슬로건 ‘Eat Plants, For The Planet (지구를 위해서 식물을 먹자)’에서 사명을 따왔다. 지금까지 계란을 쓰지 않은 마요네즈와 크래커, 대체육을 쓴 간편식 비빔밥 등의 대체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계란을 쓰지 않은 마요네즈 ‘잇츠베러 마요’는 이미 환경에 보탬이 되고 있다. 1kg를 쓸 경우 동물성 마요네즈 대비 3.4그루의 나무, 22배의 물 그리고 8.54㎠의 대지를 절약하는 효과를 낸다.
플랜잇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순식물성 식품을 개발한다. 3만 가지 이상의 식품을 분자 단위로 쪼갠 뒤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확보한 30만가지 이상의 성분을 조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든다.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대두박)에는 단백질 성분이 남아 있지만 소고기 맛을 내는 아미노산, 지방 등의 성분이 없다. 이 단계에서 머신러닝으로 확보한 식품 성분이 제 역할을 한다. 코코아 버터에서 지방을 가져오고 올리브유와 섞는 등,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보완하는 것이다. 쇠고기의 맛을 내기 위해 표고버섯이나 감자의 성분도 첨가한다.
콩이나 쌀 등, 식물을 활용하는 대체육 다음 세대로는 공기에서 추출하는 단백질이 개발 중이다. 스타트업 키버디(Kiverdi)가 공기 중의 미생물을 이용하여 ‘에어 프로테인’이라는 단백질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비행사에게 식량을 공급하기 위한 식품 조달 시스템을 연구했다. 그 대상 가운데 하나가 공기와 인체의 장에 서식하는 영양 박테리아 산화수소체(hydrogenotrophs)였다. 과학자들은 산화수소체가 이산화탄소를 먹이로 먹고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활용한다면 비행사들이 섭취할 단백질을 우주에서 곧바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숨을 내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전환해준다는 발상이었다. 1967년 12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었지만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기술이 결실을 맺는 데는 반 세기가 더 넘게 흘렀다. 물리학 박사이자 키버디의 소장인 리사 다이슨이 산화수소체를 발효시켜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기를 이루는 성분(이산화탄소 및 산소, 질소)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동물성 단백질과 동일한 아미노산 조성의 에어 프로테인을 생성한다. 산화수소체는 공기 중 성분인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라니 대기에 흩뿌리면 단백질 분말로 바꿀 수 있는 발효제를 개발한 셈이다.
에어 프로테인은 수직 공간만 마련되면 햇빛, 온도,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단백질을 생산하므로 환경 오염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에어 프로테인은 9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한 순도 99%의 단백질이며, 아미노산 함량이 육류에 비해 2배나 많다. 과채류에서는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B를 비롯해 미네랄도 풍부하다. 에어 프로테인을 가공해 대체육류품은 물론 파스타, 시리얼, 셰이크 같은 다양한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키버디의 자회사가 식품을 개발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스타트업 솔라푸드의 솔레인(Solein) 역시 에어 프로테인처럼 미생물을 통해 생산하는 단백질이다. 재료는 공기와 재생 전기가 전부이다. 재생 전기로 공기중의 물을 수소 및 산소로 분리한 뒤 단세포 미생물에 이산화탄소와 산소, 미네랄을 공급한다. 단세포 미생물은 이를 섭취하고 아미노산, 탄수화물, 지질, 비타민을 생산한다. 여기에서 수분을 걷어내고 고운 단백질 가루로 가공하면 솔레인이 된다. 솔레인은 100퍼센트 자연 발효로 얻은 단세포 단백질로 식물성도 동물성도 아닌 가운데, 단백질 성분이 낮아 에어 프로테인보다 더 대중적이다. 솔레인은 단백질 65~70%, 지방 5~8%, 섬유질 10~15%, 미네랄 3~5%를 함유해 말린 콩이나 해조류와 매우 흡사한 조성에 철분, 섬유질, 비타민 B군, 비타민 A (베타 카로틴으로) 인체에 필요한 아홉 가지 필수 아미노산 모두 함유하고 있다.
핀란드 라펜란타대학의 부교수이자 솔라 푸드의 최고경영자 파시 바이니카는 솔레인의 개념이 1960년대 우주 산업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육류 생산과 비교하면 고작 1%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는 솔레인은 중립적인 맛을 띄고 대두단백과 흡사해 어떤 음식의 단백질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에는 이미 밀가루에 섞어 파스타나 바오(중국 찐빵)을 만드는 솔라푸드의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미트볼 같은 음식도 기대할 수 있다. 솔레인은 이미 유럽과 영국에서 식품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2021년 공장에서 4백만 끼니분의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솔레인은 550만 유로(약 71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가운데, 발전 단가를 고려했을 때 2025년쯤이면 생산가가 콩과 비슷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비단 고기 뿐만 아니라 계란도 식물성 대체품을 쓸 수 있는 시대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잇 저스트(Eat Just)는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강황의 노란색을 더해 계란과 비슷한 색 및 질감을 구현했다. 주요 제품은 ‘저스트에그 폴디드’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 놓은 듯한, 즉 전란액을 닮은 제형으로 스크램블 에그에 최적화되어 있다. 계란 1개당 국내 시판가 1,200원대로 싸지 않지만 2021년까지 절반 가격으로 낮출 계획이다. 콜레스테롤, 포화 지방 및 인공 향료가 없는 NON-GMO 제품일 뿐더러 실제 계란보다 생산에 훨씬 적은 양의 물이 들어간다는 이점도 있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계란 약 630만개 분량을 판매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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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식물성 대체 식재료의 존재에 회의를 느꼈다. 채식이 필요하다면 그저 식물성 식재료를 잘 조리해 먹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대체 식재료들을 조금씩 써 보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도 최선은 잘 조리한 식물성 식재료라고 믿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다. 집밥을 계속 먹다 보면 가끔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외식이 필요한 것처럼, 식물성 식재료 위주의 식생활에서도 동물성 식재료를 먹는 것과 흡사한 경험이 종종 필요할 수 있다. 그럴 때 대체 식재료가 경험까지 한데 아울러 식물성으로 바꿔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대체 식재료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꾸려나가는 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중간지대에 놓인, 즉 엄청나게 육식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채식에 적극적이지도 않은 다수에게 대체 식재료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앞서 살펴 보았듯 네발 짐승의 고기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대체 식재료의 저변이 넓어지면 넓어질 수록 중간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 결과 십시일반처럼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모두에게 이롭도록 대체육의 세계가 얼른 확장되어야 할 것만 같지만 인류가 당면한 현실이 대개 그렇듯 온통 장밋빛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에서 식물성 대체 식재료의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유통되고 있는 대체육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국내 생산 식품도 있기는 하지만 핵심 원료인 콩분리단백질 등은 수입산이다. 아무래도 국산 콩이나 밀, 완두의 국내 생산량이 적다보니 단백질을 분리하는 설비 투자 및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전지대두, 쌀겨에서 분리한 쌀단백질, 참깨나 곤충 단백질을 활용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현재 가장 대중화된 비욘드 미트 버거는 패티 227그램 두 장이 13000원(100그램당 5720원)이다. 투플러스 한우 등심과 비슷한 가격대이니 진입 장벽이 높다. 결국 재정의 여유가 있어야 환경 친화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셋째, 탄소 발자국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대체육은 완제품이 아니라면 주원료가 수입산이므로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의 크기 및 영향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식재료가 서양 요리용이다. 대체육 패티와 소시지부터 마요네즈, 치즈 등이 대체로 서양 식생활을 위한 식재료이다 보니 한식 위주의 식생활을 꾸려 나가는 이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다. 다행히 불고기나 제육 볶음을 위한, 썬 고기 형태의 대체육은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이제 한식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이나 조림 등 국물 음식을 위한 대체육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채식주의자’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폭력과 비극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