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속노화 식사법

건강에 살짝 초점을 맞추어 연재를 하는 음식글이 있다. 정희원 선생님의 저서 ‘저속노화 식사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책을 읽고 리뷰를 써 송고했다. 한참 말이 없어 넘어갔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이 반려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한마디로 ‘베스트셀러인데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좀 부답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뭐 이런 상황은 늘 벌어질 수 있으므로 큰 고민 없이 바로 대체 원고를 써 보내주었는데, 마음 한구석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매체의 입장은 전혀 야속하지 않았다. 다만 정희원 선생님의 입지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 과연 진짜 긍정적인 방향인지 모르겠다. 팬덤의 형성과 우상화는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위험하다.

읽는 사람이 판단하겠지만 사실 이 글은 너무나 매체용으로 썼다. 원래는 이 글이 실린 뒤 내가 실제로 느낀 점들을 좀 더 자세히 써 여기에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무엇보다 쓸데없이 욕 먹는 게 요즘은 너무 귀찮고 번거롭다. 주말 동안 생각을 좀 해봐야 되겠다.

 

[리뷰] 저속노화 식사법

일론 머스크(테슬라)의 인수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는 엑스(옛 트위터), 그런 가운데서도 유난히 빛나는 별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아산병원 노년 내과 조교수인 정희원 박사이다. 그는 문자 그대로 느리게 나이를 먹는다는 개념인 ‘저속노화’를 앞세워 많은 엑스 사용자, 특히 이삽십대의 호응과 실천을 끌어내고 있다.

저속노화 방법론의 핵심에는 식사가 있다. 오염되었다는 표현도 과격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식사 현실은 나쁘다. 서양의 식문화 가운데서도 가장 나쁘다고 할 수 있는 단순당(설탕)과 정제 탄수화물(백밀가루)가 식생활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다. 한식이라고 그다지 나을 것도 없다. 역시 백밀가루와 백밀의 정제 탄수화물에 짜고 달고 매운 양념을 끼얹은 음식이 대부분이다.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 식사법은 이런 음식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여태껏 등장해왔던 다른 건강 식사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백미밥 대신 콩의 비율이 높은 잡곡밥을 먹는다. 백밀가루빵 대신 호밀과 통밀빵을 먹는다. 붉은 고기를 최대한 줄인다. 단순당 범벅에 영양소는 없는 ‘빈 칼로리’의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과자류도 배제한다. 견과류를 매일 한 줌 먹는다.

이처럼 새롭거나 특이하지 않대도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저속노화 식사법이 엑스를 중심으로 서서히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정희원 교수의 지혜로운 실천력 덕분이다. 그는 글이 분위기를 잘 타면 들불처럼 확 퍼지는 엑스의 확산력을 잘 활용해 저속노화 관련 지식과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익살스러운 밈(meme)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지식과 정보의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엑스의 커뮤니티 기능을 적극 활용해 관심 있는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확실하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엑스에는 ‘저속노화 선생님에게 의욕을 받아 식단을 확 바꿨다’는  글과 건강 식사 인증 등이 무시로 올라온다. 그의 노력이 많은 이들에게 삶의 변화를 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SNS로 전파하는 지식과 정보를 책은 어떻게 전달하고 있을까? 궁금해 그의 ‘저속노화 식사법’을 읽어보았다. 공저 포함 네 권의 책 가운데 저속노화 레시피를 담고 있어, 자가조리에 능숙한 음식평론가로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책이 제시하는 일주일, 스물 한 끼의 음식이 저속노화 건강식이라는 데는 의의가 없다. 그리고 음식의 상당 부분이 조리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제시하는 레시피를 요즘의 우리, 특히 정희원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이삼십대가 쉽게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그네들, 더 나아가 우리의 현실이 너무 바쁘기도 하거니와 조리는 취사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직접 밥을 해 먹고 살면 조리를 둘러싼 제반 활동, 즉 식재료의 구입부터 재고 관리, 설거지 등이 진짜 부담임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이런 제반 활동이 진짜 조리보다 자가 조리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정희원 교수도 부엌 살림을 꿰뚫어 보는 가정 요리사는 아니다보니 이런 점을 간과한 듯 보이고, 따라서 외주로 기획한 식단은 안타깝게도 의도와는 달리 현실과 일정 부분 괴리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전복죽 같은 음식이 소개된 걸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의도는 백분 이해하지만 손질부터 번거로울 뿐더러 맛있게 만들기가 쉬운 음식도 아니다. 차라리 구색 갖추기식의 레시피를 빼고 이론과 실천 방법까지만 담백하고 얇고 가볍게 담긴 핸드북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레시피가 없었더라도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