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소설’ 간략 소개 (1)

 

1.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절인 레몬의 비밀’

2. 운디드니에 나를 묻어주오(디 브라운)

백인 미국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침탈하는 이야기를 빼곡하게 담은 ‘운디드니’를 읽고 나면 미국인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추수감사절과 칠면조를 중심으로 한 식탁이 대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제가 겪은 추수감사절의 식사와 칠면조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이렇다. 백인들이 미국 원주민과 유명무실한 조약을 맺어 땅을  일부  빼앗는다. 말 그대로 원주민, 원래 살던 이들의 땅이었지만 그들은 거의 아무 대가도 얻지 못한다. 그나마도 백인들은 조약을 지키지 않고 점점 더 많은 땅을 빼앗는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면 추수감사절이라는 명절과 거대한 칠면조로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리는 식사가 영 마뜩잖게 여겨진다. 원주민은 지치고 굶주린 백인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선의를 베풀었지만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3. 컬러 퍼플(앨리스 워커)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컬러 퍼플’은 1910년대 혹은 1940년대 미국 남부에서 힘들게 사는 흑인 여성 셀리의 삶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식, 즉 ‘소울푸드’가 등장하는데, 이 책의 번역은 꽤 아리송합니다. 대표적인 소울푸드인 비스킷이 갑자기 스콘으로 바뀌어서, 한편 비스킷의 단짝인 그레이비가 ‘햄 소스’로 뭉개져 등장합니다. 이해가 안 가는 번역 의사 결정에 대해 짚어 보았습니다.

“그렇지, 남부라면 비스킷이지. 햄, 그리츠, 달걀에 비스킷이지. 주인공인 셀리가 비스킷 이야기를 꺼내자 옛 추억이 떠올랐다. 따뜻하고폭신한 딥사우스 비스킷의추억이다.그렇게 소설에 빠져들려는데 다음 쪽에서 갑자기 격변이 일어난다. 갑자기 멀쩡하던 비스킷이 스콘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 미국, 그것도 딥 사우스 라면 스콘일 수가 없다. 시간적 배경은 20세기 초이고 등장인물이 흑인이라면 더더욱 비스킷일 수밖에 없다. 절대, 절대 다른 음식일 리 없다. 그것도 애초에 처음부터 스콘이었다면 모르겠다. 앞쪽에서는 비스킷이었는데 다음 쪽에서는 뜬금없이 스콘이라니.”

4. 채식주의자(한강)

일련의 꿈을 꾼 이후 육식을 거부하게 된 아내의 현실을 남편이라는 인간은 자신의 안위에만 비춰 판단합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 하지만 요즘처럼 대체육이 치고 나오는 현실에서는 전개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소설 속 여자의 채식 선택은 현명한 처사다. 육류는 정말 환경에 부담이 많이 가는 식재료다. 옥 스퍼드와 암스테르담대학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가축을 키워 고 기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6~33GJ 수준이다. 물은367~521m2, 토지도190~230m2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무려 1.9~2.24톤에 달한다. 이처럼 육식이 환경에 큰 부담을 안기는데도 습관이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줄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식물 성 단백질이나 배양육 등을 활용한 대체 육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길지 않지만 끝까지 읽기 쉽지 않은 소설이다. 반드시, 죽어도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걸까? 어떠한 이유에서든 안 먹겠다는 사람을 굳이 억지로 먹여야만 하는 걸까? 어찌하여 먹는 사람은 먹지 않는 행위를 문제라 여겨 폭력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또 강권할까?”

5. 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가장 좋아하는 소설 다섯 권에 포함될 이 책은 많은 한국계 미국인(혹은 소수인종)의 정체성 이야기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주인공은 산업 스파이로 뉴욕시장 후보인 존 강의 선거 운동 본부에 침투합니다. 그런 가운데 그의 개인적인 삶에는 나름의 아픔이 있습니다. 아들 미트를 사고로 잃은 뒤 아내와 점차 사이가 멀어지니, 아내는 그에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긴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면서 그를 ‘황색의 위험(Yellow Peril)’이라 칭합니다.

‘황색의 위험’이란 무엇일까? 역사를 되짚어 보면 1800년대 중반,서부 개척시대에 금 채굴 및 철도 건설을 위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노동력을 의미하는 일종의 멸칭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중국인들을 잔뜩 끌어다 쓰고는 배화법을 제정해 이들을 핍박합니다. 그런 한편 중국인의 유입은 미국 내에 새로운 음식 문화를 탄생시키니, 바로 ‘찹수이’나 ‘푸융단’ 같은 미국식 중식입니다. 포춘쿠키 또한 미국(로스앤젤리스)에서 처음으로 비롯되었고요. 이런 미국식 중식과 더불어 또 다른 큰 아시아 음식의 흐름인 소공동 순두부도 함께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런 황화가 음식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아주 깊은 관계가 있다. 이 황화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까지 중국인이 미국에 대거 유입되면서 당연히 음식 문화의 전파가 이루어졌다. 바로 우리의 경우엔 우리의 방식, 즉 짜장면과 짬뽕으로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중식의 정착이다.”

“중식의 매력이라면 아무래도 지역의 특색을 적극 반영한 요리 세계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다양성을 늘 낭만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경우처럼 저렴한 노동 인력으로 타 국에 유입된 이들이 식재료가 낯설고 결핍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지탱할 고향의 맛을 모사하기 위해 발버둥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창래는 이런 일종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원한 이방인』에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해 단순한 인종 및 국 가적 정체성 타령에서 그치지 않도록 서사를 확장한다. 덕분에 확장 된 서사 속에서 헨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마음껏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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