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좌동] 가따쯔무리-지친 동네 우동집
모르고 있었다. 이사 온 동네에 그 유명한 가따쯔무리가 있고 그것도 고작 350미터 거리라는 것을. 그것도 지도를 보니 꽤 자주 다녀온 산책길에 있었다. 가따쯔무리는 그런 곳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전 11시에 영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딱 맞춰 갔는데도 이미 업장에는 1회전분의 손님이 차 있었고 또 그만큼의 사람들이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하려 대략 30분을 기다려 입장했고 조금 더 기다려 내 몫의 냉우동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냉우동은 지쳐있었다. 그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과는 달랐다. 가게마다 설정 온도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냉’우동은 이름처럼 차갑다고 할 수 있는 온도대에 그다지 가깝지 않았으며 면발은 힘이 없었다. 우동의 세계도 워낙 넓으니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래저래 내가 맛본 건 체념이었다.
1시간 가까이 걸려 내 몫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생각했다. 아무런 대기 없이 먹을 수 있는 동네 우동집이라면 그런가보다 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이기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만원 가까이 하는 가격대도 동네의 물가 수준에 비하면 높다. 이래저래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상황의 책임이 모두 음식점에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런 곳의 평가는 어렵다. 감정적으로 어렵다는 말이다.
우동을 먹으며 머리를 굴려 보았다. 1회전이 6인이고 대략 15분 정도 걸린다면(실제로는 음식 나오는 시간 때문에 좀 더 더딜 것이다) 1시간에 우동 24그릇을 팔 수 있다. 영업 시간은 최장 2시 30분까지이니 3시간 30분, 1일 판매량은 우동 84그릇이다. 1인 1주문에 대략 1만원 정도를 쓴다면 84만원, 가게에 붙여 놓은 일정표를 보니 한 달에 20일 안팎으로 운영하니 총 수입은 1,680만원. 업장의 재정 자원 투입 비율은 대외비라서 알 수가 없지만 통상적으로 25~40퍼센트라고 하니 420~672만원이다. 두 사람이 일하고 있으니 이를 둘로 나누면…
물론 이 계산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안다. 다만 한정적인 매장의 크기와 영업 시간을 감안할 때 수익이 많이 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의 음식점은 무엇을 동기 삼아 운영해야 할까?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인파를 덮어놓고 행복의 지수로 삼기엔 일단 육체적으로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정말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이곳의 우동을 순수하게 맛으로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고 보기도 어렵다. 음식점이 인기를 타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에서 음식은 대상이 되어 버리고 먹는 행위 자체가 핵심이지 맛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그에 맞춰 먹고 안 먹었는지가 중요해지지 맛이 있고 없고를 따지려 들기도 어려워진다. 먹기 자체가 힘든 음식점의 경우 경험이 평가 하려는 시도 자체를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가따쯔무리 일대에는 딱히 이렇다할 음식점도 카페도 없다. 적어도 맛을 위해 멀리서 찾아올 만한 곳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가따쯔무리의 방문은 일대 거주자가 아니라면 웬만해서 이곳만을 위한 것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귀한 시간을 들여 방문자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가. 그런 방문이 궁극적으로는 방문자와 음식점 양쪽 모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은 아닐까? 그 손해가 과연 멀리에서 오는 인파가 줄어든다고 해서 회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