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 만지오네-소금과 산

좋은 식재료가 품고 있는 단맛과 쓴맛의 잠재력이 소금과 산의 부족으로 좀 더 피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장 좋았던 첫 번째 코스를 예로 들자면 북해도 관자의 단맛과 카라카라 오렌지 및 엔다이브의 두 가지 다른 표정의 쓴맛이 중심을 잡아주었는데, 오렌지의 단맛에 대해 좀 더 고려를 했었어야 한다고 느꼈다. 같은 요리의 다른 식재료들에 비해 단맛이 강하므로 신맛을 보태 균형을 잡아주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오렌지의 신맛에 전체를 맡겼고 그 결과 진짜 핵심인 관자가 표정을 절반 정도 잃고 말았다. 오렌지가 관자를 위해 존재하지 관자가 오렌지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특히 소금간의 부족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어서 파스타에서는 면의 맛을 느끼기가 거의 어려웠다. 입지부터 코스의 구성 등 셰프가 무엇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정작 개별 요리가 지닌 맛의 측면에서는 조금 덜 공명했다.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소금 및 산의 균형과 꽤 거리가 멀었기에 이것이 정녕 셰프가 원하는 지점인지 아니면 경험에 의해 의도적으로 보정을 한 결과인지 궁금했다. 물론 한식이 직접적인 소금간에서는 수동적인 면이 있지만 양념이 기본적으로 지니는 맛의 표정 및 세기를 감안하면 이보다는 좀 더 세게 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외국 레시피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디저트 티라미수와 나머지 짠맛의 음식들이 보여주는 맛의 부조화 또는 불일치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