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이분법
인터넷에서 팔리는 냉동 찰옥수수의 품질이 궁금해 사먹어 볼 생각이었는데, 첫 번째 주자부터 막혔다. 옥수수 자체는 냉동시킨 것 치고는 맛이 있는데 익히지 않은 것처럼 딱딱했기 때문이다. 조리를 안 했을리는 없고, 아마 압력솥을 쓰지 않고 쪄서 알갱이가 물러지지 않은 것을 냉동까지 시켰으니 딱딱해졌을 것이다. 압력솥에 다시 삶아 볼까 고민하다가 그럼 남은 맛마저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 딱딱함을 무릅쓰고 일단 다 먹었다. 한 팩 2개 들이*2팩=6개에 13,000원이었으니 가공비에 많은 비용을 지불한 셈인데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제 옥수수의 지평은 둘로 완전히 재편되었다. 한편에 이 과육이 딱딱한 “찰”옥수수가, 다른 한 편에 아예 과육이 없고 즙만 있는 초당옥수수가 있다. 그 사이에 존재해야 할, 적당히 무른 알갱이와 맛의 노란 옥수수는 이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옥수수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졌다. 술집 안주인 콘버터야 통조림으로 만들어도 상관 없지만 여름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옥수수 샐러드나 수프 등의 기회를 우리는 아예 맛조차 보지 못하고 물려 버렸다. 과연 앞으로 노란 옥수수가 돌아올까? 홍옥이 명맥을 유지하듯 가능성이 0퍼센트라 말할 수는 없지만, 옥수수 같은 식재료는 흔하지 않다면 제철의 맛 같은 걸 논해봐야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비롯한 대부분의 식재료는 많은 가능성을 품어야 하는데 추세는 생식용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것 같다. 그 결과 딸기, 사과, 토마토, 그리고 옥수수 등의 맛을 우리는 절반만 즐기면서도 그렇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러니 페이스트리에 생과일을 얹으면 완성된 음식이 된다고 그냥 믿고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