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도너츠의 교훈

갑자기 인생이 헛헛하다 느껴져 던킨도너츠 전 메뉴 먹기에 돌입했다. 덕분에 개인 혹은 독립 매장 도너츠들을 먹어 몸에 쌓은 나쁜 기운을 싹 배출하고 새사람이 되었다.

아니 이게 무슨 헛소리야, 라고 난리를 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 감히 프랜차이즈 따위와 힙한 개인 매장의 제품을 비교하려 들어 부들부들. 그러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먹어왔던 비 프랜차이즈의 도너츠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좋았던 것들 마저도 프릳츠 커피나 베즐리처럼 다른 빵도 만드는 베이커리의 제품이었다는 사실까지 끼얹으면 현재 한국의 도너츠 지평은 참혹하도록 겉멋만 잔뜩 들어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기본이 안 되어 있어 문제이다. 도너츠는 정말 딱 두 가지만 잘하면 된다. 일반 빵이 부드럽고 폭신해야 하며(늘 말하지만 맛있는 도너츠의 질감을 오리털을 채운 베개 pillow에 비교한다), 크림은 매끄럽고 촉촉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인 가게 도너츠는 이 둘 모두에 취약하다. 빵은 질겨서 나이프-누가 도너츠를 나이프로 먹는가!!!!!-로도 잘 안 썰리고, 크림은 벽지에 바르는 풀처럼 뻑뻑하고 끈적하다. 그런 가운데 높은 가격에 맞는 부가가치를 불어 넣어야 하니 우악스럽게 크다. 먹는다기보다 정말 욱여 넣어야 하고 그럼 식도부터 위장이 꽉 차는 느낌에 한참 괴롭다.

음식의 원리 및 지향점이 싸거나 대량생산 제품이라고 다르지 않다. 각종 첨가물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 단가를 낮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프랜차이즈의 도너츠가 부드러운데 개인 가게의 제품이라고 질겨야 할 이유는 없다. 말하자면 프랜차이즈에는 기술이 있지만 개인 가게에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작금의 참혹한 지평이 펼쳐진 것이다. 도너츠의 레시피를 읽어보기만 해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계란이나 버터가 글루텐을 잘라주니 반죽이 쫄깃해질 여지가 없고 조리는 기본적으로 아주 잠깐의 튀김이다. 대체 이 과정 어디에 빵이 질겨질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실무자에게 프랜차이즈는 양날의 칼이다. 프랜차이즈에서만 일하다가 자신의 매장을 낸 사람은 열악해진 환경에서 같은 시각과 태도로 접근하다가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한편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우습게 아는 개인 가게에서는 표준화된 장점을 단점이라 여기고 흡수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역시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식을 낸다. 이런저런 정황을 다 한데 뭉뚱그려 보면, 사실은 만드는 사람도 음식에 별 관심이 없는 건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도너츠는 이렇게까지 질겨질 정도로 어려운 음식이 아니다. 텍사스에는 쉽다는 이유로 한인이 내는 도너츠 가게들이 세를 불리며 성업중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