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크] 그릭 요거트-요구르트의 출발점

그릭 요구르트(표준어다)가 상륙했다고 한국의 농후발효유계가 더 좋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일반 요구르트가 젤라틴으로 밀도를 높인 제품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위에 그릭 요구르트를 쌓아 올린다고 더 맛있거나 즐거워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 사상누각이라는 말에 충실할 정도로 국내의 그릭 요구르트 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피코크 상표를 달고 나온 매일의 그릭 ‘요거트’가 좋은 방증이다. 그리스식을 표방하지만, 사실 이런 밀도라면 일반적인 요구르트의 출발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즉 그리스식이라는 자체 호명을 고깝게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이 요구르트는 괜찮은 제품이다. 유단백과 분유를 활용해 밀도와 맛을 보강했다는 약점을 떨치기는 어렵지만 줄줄 흐르기 바쁜 보통의 요구르트들 보다는 질감과 촉감이 훨씬 낫다. 게다가 이 정도의 응집력이라면 요리나 제과제빵에 사워크림(아직까지 크림 함유량이 좀 높은 요구르트 수준이다) 대신으로 쓰기에도 무리가 없다. 무가당 요구르트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생각해본다면 너도나도 밀도가 부족한 제품에 ‘그릭’ 딱지를 붙이기보다 과연 한국의 우유로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좀 더 세심하게 검토를 해 봤으면 좋겠다. 그러는 동안 피코크-매일의 제품을 먹으면서 버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