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키위칼-절반의 완성도
가성비 최고로 장안의 화제라는 태국의 키위(혹은 콤콤)칼을 써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식칼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 어떤 걸 살까 고민하던 차, 소문을 듣고 일단 사보았다. 일단 가격이 말도 안될 정도로 싼데다가 날이 얇다는 정보를 접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받아보니 날이 얇은 것치고는 단단해서 이케아의 제품군처럼 썰때 힘을 주기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훌륭했다. 하지만 막상 조리에 써보니 잘 맞지 않는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일단 날의 각도가 썰기에는 지나치게 곧다. 식칼은 대체로 날이 지렛대의 원리를 활용해 썰 수 있도록 원호의 일부로서 곡선을 띤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앞뒤로 움직이며 자연스러운 칼질을 하기가 어렵고 눌러서 썰어야만 하는데, 그렇게 쓰기엔 칼날이 얇기도 하거니와 폭이 좁아 손가락의 관절이 도마에 닿는다. 개중 가장 식칼같은 크기와 생김새를 지닌 칼을 샀음에도 썰기에는 불편했다.
말하자면 칼 자체의 완성도는 가격 대비 좋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쓰게 되면 적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용도에는 잘 맞지 않으므로 좋은 완성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한편 작은 칼은 과도로 쓰기에는 칼날의 폭이 또 넓어 손가락에 밀착시켜 움직이기에 다소 불편하다. 그래서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이 칼들은 빠르고 민첩한 손놀림이 필요한 쳐서 베기나 돌려 깎기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를테면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용도 말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키위칼 제품군은 한식 혹은 양식의 일반조리에 쓰기에는 썩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이 워낙 싸기에 마음이 가면 일단 한 번 사서 몸소 겪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칼은 언제나 버릴 때 굉장히 번거롭다는 사실은 감안하는 게 좋다. 참고로 이런 용도에 잘 맞는 빅토리녹스 과도도 4,900원으로 절대적인 가격에서는 가계 재정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