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 주작은 빵의 날개로 난다
연휴라 일을 안 할 생각이었는데 재미있는 걸 봐서 말을 얹고 싶어졌다. 마침 작년에 서브웨에이에서 빈번하게 사먹으며 그네들 샌드위치의 축조술(tectonic)과 직원들의 숙련도 및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간단한 사실 확인부터. 트윗에 의하면 ‘주변 공군부대에서 샌드위치 18,000개를 주문‘했다고 하는데, 2018년 기준으로 공군의 총 병력은 65,000명이다. 따라서 18,000명이라면 전체 공군 병력의 ⅓이 조금 못되는 수치인데, 이만큼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부대가 과연 존재할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으나 아무래도 부대 및 병력 수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군대의 존재 의미가 그야말로 전투이다. 병력이 집중 배치되어 있을 경우 적의 타격에 손실도 집중적으로 입을 수 있어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 정말 18,000명이 한 부대에 몰려 있다면 폭격 한 번에 공군 병력의 ⅓ 가까이를 입을 수 있으니 현실 및 전략적이지 않다. 참고로 최대 규모의 군부대라 할 수 있는 육군 논산훈련소의 상주 인력이 15,000~18,000명이며, 육군 1개 사단의 병력이 최대 15,000명이다. 이래저래 18,000명 규모 병력의 공군부대 존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굳이 군부대의 수요가 아니더라도 18,000명분 샌드위치의 단일 주문을 매장이 감당할 수는 있을까? 샌드위치 1개를 싸는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봐도 답이 금방 나오지만 사실 거기까지 굳이 갈 필요도 없다. 서브웨이의 샌드위치는 1시간만 지나도 소스와채소의 수분이 빠져 나와 부드러운 빵이 물크러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18,000개를 한꺼번에 납품하는 조건이라면 마지막 샌드위치를 만드는 시점에서 앞의 9/10쯤은 못 먹을 상태가 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주문은 비단 매장의 능력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서브웨이 샌드위치의 생득적 특성으로 인해 소화가 불가능하다. 물론 부피가 큰 빵의 적재 공간 등등을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급식 샌드위치의 경우는 수분이 배어 나오는 소스를 적게 쓰거나, 아예 일회용 패킷 등으로 따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절대적인 투입 시간을 따지지 않더라도 서브웨이 매장 직원의 평균 숙달 수준을 감안하면 주문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빵을 완전히 반으로 가르지 않으며 부피가 큰 채소를 넉넉히 쓰는 축조줄 탓에 서브웨이 샌드위치의 난이도는 만만치 않다. 재료와 소스를 고르게 분배해 넣고 빵을 최대한 눌러 오무린 가운데 포장지를 샌드위치가 벌어진 사이에 살짝 끼워 넣고 탄탄하게 말아야 한다. 그래야 샌드위치의 모양도 고르고 먹으면서 재료가 잘 쏟아지지 않는다.
특히 30센티미터짜리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전체를 하나로 탄탄하게 말아 완성한 뒤에 반으로 갈라야 깔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브웨이 매장에서는 재료를 다 얹어 놓기만 한 상태에서 빵을 반으로 가른 뒤 15센티미터용 포장지에 얹어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샌드위치와 대각선으로 자리를 잡아 준 포장지의 끝을 벌어진 빵 사이에 살짝 끼워 마무리하는 경우는 요즘 거의 보지 못했다. 노동 시장의 휘발성이나 대우 등을 감안하면 그 정도의 숙련도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라서 그럴 것이다.
어쨌든, 이래저래 서브웨이 샌드위치 18,000개 주문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주작이다. 대량조리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마 이런 주작을 칼로리를 소모해가며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4인분용 레시피와 접근 방식을 4,500배로 뻥튀긴다고 해서 18,000명분의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다. 레시피를 뻥튀겨서 소화가 가능한 범위는 아주 좁고, 저런 규모라면 아예 접근도 결과물도 다른 음식을 만든다는 멘탈로 접근해야 한다. 너무 웃겨서 말을 얹어 보았다.
*사족: 18,000개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한 560개로 주문으로도 곤란함을 내보였다는 증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