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 제리-2020년의 괴식 1순위
세종시에서 만든 제주 감귤 약과와 놓고 망설이다가 집어 온 다시마 ‘제리’는 희대의 괴식이었다. 올해가 아직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2020년의 괴식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수준. 다시마 젤리라는 게 어떻게 괴식이 될 수 있느냐, 바에서 위스키 안주로 내는 그런 음식이 아니겠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차원이 달랐다.
한천으로 굳힌 일반 젤리에 다시마 분말을 약간 첨가했으니, 앞니의 뒷면에 달라 붙는 특유의 기분 나쁜 질감에 들척지근함과 다시마의 비린내가 경합을 벌여 놀랍도록 신기한 맛을 낸다. 설탕과 다시마 양쪽 모두를 조금씩 밖에 쓰지 않았으므로 튀각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유의 ‘단짠’ 같은 건 기대할 수 없고 이맛도 저맛도 아닌 최악의 지점에서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한 개를 까먹었는데 비상등을 켜고 바로 갓길에 차를 세운 뒤 뱉고 싶었던 걸 간신히 참았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맛의 사각지대에 이토록 놀라운 음식 아닌 음식이 속속들이 숨어 있는 현실에 나는 가끔 경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