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메나주리-떡 같은 식빵
식빵을 사먹을 데가 오죽 없으면 토끼 케이크나 만드는 메나주리까지… 그러나 여기에 가도 먹을 만한 식빵은 없다. 백화점과 존재하지 않는 프리미엄의 맥락 속에서 가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대부분의 식빵은 가공버터를 썼다고 자랑스레 표기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한국 최고의 백화점 브랜드, 그것도 음식에 신경 좀 쓴다는 곳에서 가공버터가 웬 말일까? 그래서 제치고 또 제치다 보면 이런 것만 남는다. 두 봉지 합쳐 9,100원이 들었는데 한 덩이 짜리가 6,800원이고 세 쪽 들이가 2,300원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세 쪽 짜리가 더 맛이 없어 더 많이 사오지 않았음에 기뻤지만 그렇다고 6,800원짜리가 더 맛있지는 않았다. 빵보다는 떡을 닮은, 뭉친 스폰지처럼 끈끈하고 괴상한 질감에 발효종의 신맛을 모사하기 위해 썼다고 추측되는 유산균액의 맛이 정말 눈치 1도 없게 두드러지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 나름 일본 제과학교 졸업장 걸어 놓고 운영하는 빵집이 있는데, 거기 식빵이 한 덩이에 3,000원이다. 이것보다 더 낫지는 않지만 최소한 유산균 발효액이니 탕종이니 하는 것들을 내세우지는 않는 그냥 평범한 식빵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가장 음식에 신경 쓴다는 백화점 브랜드의 식빵이 이름도 없는 동네 장사의 물건보다 가격은 두 배 비싸고 완성도는 두 배 낮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이 사실에 크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