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온달-“진짜 도둑” 75,000원 짜리 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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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트위터에 사진과 가격을 올렸더니 누군가 ‘진짜 도둑이네’라고 말했다. 가격이 말도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이 여느 음식점이 아니며 호텔의 맥락 안에 놓여 있음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터무니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맥락의 비용, 즉 서비스 등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실수의 여지 같은 건 전혀 없다. 게장을 75,000원에 팔면서 ‘진짜 도둑’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면 완벽해야 한다.

과연 그랬을까.

일단 맛만 놓고 본다면 훌륭했다. 말해 무엇 하겠느냐만 흔히 먹는 것과 달리 게장은 까다로운 음식이다. 재료를 간장에 담그지만 껍데기가 두터운 동물이니 너무 일찍 먹으면 게살에 간이 배지 않고, 너무 늦게 먹으면 간장에 살이 녹아내리면서 짜진다. 다행(?)스럽게도 이 게장은 그 중간의 최적점에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맛이 좋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나머지는 좋지 않았다. 달리 말해 게장이 75,000원에 팔려도 정당화할 수 있는 ‘맥락’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일단 게장의 담음새부터 생각해보자. 꽃게로 담그는 게장은 일반적으로 딱지를 분리하고 다리가 붙은 채로 몸통을 분리해서 낸다. 그래서 내장은 발라 먹고 몸통과 다리는 젓가락으로 훑어 내든지 씹어 먹고 뱉어낸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경우이고, 과연 호텔에서도 먹는 이가 똑같이 손에 간장을 묻히고 잘 가시지 않는 냄새가 배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손으로 먹어야만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가격이 오르는 호텔의 맥락, 즉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식에서 생선을 발라내고 식탁에서 시저 샐러드의 드레싱을 즉석으로 만들어 주는 것과 흡사하게, 게장도 식탁에 들고 나와서 보여준 뒤 살과 내장을 다 발라내어 편하게 먹기 좋은 형식으로 담아낼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는 걸까? 몸통도 몸통이지만 집게 발 같은 경우는 분명히 살이 있지만 가시에 껍데기도 단단해서 그냥 먹기는 힘들다.

UNADJUSTEDNONRAW_thumb_9688 한편 비비든 비비지 않든 게장은 ‘밥 도둑’이니 그에 좀 더 맞는 상차림이 따르지 않는 것도 서비스의 맥락에서는 문제이다. 일단 비비는 경우 밥을 좀 더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넓은 그릇에 담아야 하고, 정말 제대로 맛을 즐기게 여건을 조성하려면 즉석 솥밥 같은 선택도 가능해야 한다. 밥이 미지근하고 딱딱한 편해서 잘 만든 게장을 홀대하는 수준이었으니 이쯤 되면 아쉽다 못해 안일한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서비스 다운 서비스, 즉 접객은 정말 안일했다. 넓은 홀에 두세 팀 밖에 없는 이용자를 역시 두세 명의 직원이 ‘커버’하고 있었는데 사람을 살피지도 않을 뿐더러 주의를 아예 다른 곳에 팔고 있어서 불러도 아무도 응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지만 이런 맥락에서는 ‘눈치 못 채는 관찰’이 필요하다. 무엇인가 원하는 듯한 기색이 보이면 알아채고 다가와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호텔의 경험이라는 게 늘 이런 식이라서 나는 게장이 그나마 맛있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웠다. 맥락까지 포함해서 호텔과 호텔의 요식업이 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니 가격만 보고 ‘진짜 도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시작부터 끝까지, 음식부터 접객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도록 훌륭한 75,000원짜리 게장도 존재해야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데 대체로 음식은 그저 그렇고 맥락에는 내실이 없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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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과연 반찬은 게장과 어울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