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추억의 달달이 가짜 우유의 세계
얼씨구, 잘 한다. 마트 진열대를 훑다가 저절로 비집고 나오는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추억의 달달이 우유맛 스틱’이라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대체 어느 시대의 무슨 추억을 말하는 것일까. 일단 우리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시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으며, 이런 것을 좋다고 먹던 시절은 더더욱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판기에서 ‘우유’라고 뽑으면 나왔던 (혹은 아직도 나오고 있는) 음료는 결국 동결건조커피에 섞는 식물성 크리머만 뜨거운 물에 탄 것 아니었던가? 그걸 2019년에 먹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대체 헤아릴 수가 없다.
굳이 남양제품이라 못마땅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못마땅한 가운데 남양이기 때문에 한 켜 더 못마땅할 뿐이다(카제인나트륨). 그럼 대체 무엇이 일반적으로 못마땅한 것이냐고? 이런 제품을 볼 때마다 우유업계가 현재의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생각이 더 깊이 들기 때문에 못마땅하다.
일억 번쯤 한 이야기지만 우유는 맛도 없고 먹지도 않으며 치즈 등 가공유제품을 만들 만큼의 질도 확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의 세계에 우유가 적극 편입되는 것도 아니니 대부분의 제품은 이 우유’맛’ 스틱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지방으로 모사만 한 수준이다(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이라는 투게더도 있고, 심지어 최근 “한정”이라고 나온 매일우유의 아이스크림도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초콜릿에 우유가 (많이) 쓰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 가운데 분유에 물 탄 환원유이거나 그 수준조차 못되는 ‘프림’이 마치 다양성에라도 기여하는 양 늘고 있다. 한편 현재 멸균 우유 중심으로 몇몇 외산 우유가 수입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니, 과연 그 시점에서 국산 우유는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싸구려 음식에 추억을 끼얹어 신상품이랍시고 내놓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음식을 ‘진짜/가짜’의 이분법으로 가르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지만 사회의 발전 등에 힘입어 자연스레 ‘가짜’의 영역으로 넘어가도 상관 없는 것들도 있다. 우유’맛’ 스틱도 그렇다고 보는데 되려 신제품 아닌 신제품이 염치도 없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인은 전생에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거나 먹고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