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18
이틀 동안 죽은 듯 자다가 일어나니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끼니로 치킨, 나쁘지 않다. 근처 KFC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2018년에 대해 생각했다. 매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라는 클리셰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 참 편하다. 일단 던져 놓고 아무말로나 행간을 메우면 꽤 그럴싸 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클리셰가 클리셰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올해가 바로 그러했다. 정말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했다. 올해는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오리지널 여섯 쪽을 주문하고 기다리며 생각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내년이면 글쓰기로 밥을 벌어 먹기 시작한 뒤 10년이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새겨야 할 교훈(?) 혹은 직업 윤리를 한 가지만 꼽아야 한다면 ‘쓸 거리와 쓰지 않을 거리는 정확히 구분해서 지키자’이다. 추해지지 않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이다.
물론 나만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길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정확하게 나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때로 참을 수 없는 어느 시점에 한 줌 될까 말까 한 주변 사람에게 마치 남의 일처럼, 혹은 픽션처럼 던지듯 이야기하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꼈던 감정-이 또한 의도적으로 특정하지 않으련다-도 떠올렸다. 게다가 나는 그 모든 것을 아닌 듯 기억할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는 이렇게만 쓰고 빈 칸으로 남겨 둔다.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