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유리 식탁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 식탁을 권했다. 뜨거운 음식을 올려 놓고 먹기에 좋지 않을까. 꽤나 일리 있게 들렸다. 식탁을 사면 상판 모양에 맞춰 두툼한 유리를 한 켜 더 올려서 썼던 기억이 났다. 별 망설임 없이 벅헤드 몰의 크레이트 앤 배럴에서 이 식탁을 샀다. 눈을 깜빡하는 사이에 사람이 증발했고, 나는 이층까지 트인 부엌의 마루에 식탁과 함께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이 빌어먹을 식탁을 드디어 쫓아냈다. 오랫동안 꿈꿔 왔던 식탁이 하나 있어서 그걸 살 때까지는 어떻거든 버텨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말 더 이상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이케아라는 대체제가 싸게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이라 호언장담한 덕에 드디어 행동에 옮길 수 있었다.
지금 밥을 벌어 먹는 바로 이 일이 비롯된 지점 가운데 하나였으므로 나는 이 식탁을 사랑은 못할지언정 짠한 마음으로는 바라 보아야 하는데 실오라기 만큼도 그러고 싶지 않다. 그만큼 나는 이 식탁을 미워했다. 여느 가구라면 이 정도까지 미워하지 않았을 텐데 식탁이라 더 미웠다. 그는 아둔한 식탁이었고 자신이 쓸모를 다할 수 없는 두 켜의 맥락 속에 갇혀 날이 갈 수록 총기를 잃었다. 둥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가까이 불러 모을 수 있으리라는 식탁의 소망은 쫓겨나는 순간까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