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가 빠진 체와 박찬웅 생강가루
이 체는 과연 어디에서 산 걸까. 오산에서 살 때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어딘가의 잡동사니 매장에서 산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그게 아니라면 다이소일 텐데 확률이 낮다. 하여간 대강 산 제품인데 눈이 두 켜로 깔려 있는 데다가 냄비 등에 걸칠 발까지 달려 있어서 손잡이가 빠져 버린 다음에도 끼워서 쓰곤 했다. 접착제로 붙이면 계속 쓸 수 있겠지만 이케아에서 비슷한 물건을 하나 사오고 드디어 버렸다. 참고로 빵틀로 쓰는 것 포함 이런저런 체를 한 열 점 정도 가지고 있다. ‘미심쩍다면 걸러라’는 말을 토마스 켈러 선생님께서 하셨다는데 체는 많을 수록 좋다.
신세계 본관 식품 매장에서 야심차고 비싸게 샀지만 거의 먹지 않아 결국 덩어리져 버려 버리는 생강가루에 생산자의 이름이 붙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어제 버리기 전 사진을 찍다가 알고 ‘박찬웅 선생님 죄송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소백산에서 자란 생강으로 만들었지만 별로 맛이 없군요’라고 속으로 말했다. 함께 마늘 가루도 샀었는데 그건 정말 금방 덩어리져 버린 뒤 복구가 불가능해 더 오래 전에 버렸다. 국산을 사고 싶으나 비싸고 사용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서 피하게 된다. 물론 일상적인 한국의 부엌에 생강가루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통째로 종량제 봉투에 넣으려다가 모범시민의 만트라가 눈을 떠 가루는 음식물 쓰레기로, 통은 재활용으로 분리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