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라즈베리 크림치즈 파이
패스트푸드에 맞게 결론부터 빨리 말하자면 요즘 나온 세 가지 파이 가운데 이게 가장 낫다. 원인은 주된 속재료 사이를 메우는 ‘필러’, 즉 크림치즈 덕분이다. 애플 및 콘 파이는 빈약한 건더기의 사이를 전분 혹은 펙틴 바탕의 ‘슬러리’로 메운다. 실질적으로 풀인데 질감도 좋지 않고 주된 속재료의 맛도 희석시킨다. 그에 반해 라즈베리 크림치즈파이의 ‘필러’는 이름처럼 크림치즈(라고 믿고 싶은 무언가)으로,전분/펙틴 풀에 비하면 음식의 만족감을 높여주는데는 더 크게 공헌한다. 게다가 같은 과일 바탕에 단맛을 지닌 애플 파이에 비하면 라즈베리 필링의 신맛과 단맛이 더 강해, 크림과 어우러졌을 때의 ‘임팩트’가 더 크다.
그리하여 다시 사먹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파이류 전체의 약점인 질기고 뻣뻣한 크러스트가 역시 걸린다. 심지어 라즈베리와 어울리도록 코코아 혹은 초콜릿 맛을 더해서 맛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질감은 역시 약점 투성이다. 크러스트를 멀쩡하게 먹으려면 필링이 너무 뜨겁고, 필링을 먹을만 하게 식히면 크러스트가 질기고 뻣뻣해진다. 과연 두 요소 모두가 최적인 구간 혹은 좌표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