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안)크리스피 샌드위치
어딘가에서 점심 시간 직전에 미팅을 했는데 끝나고 나니 건물에 구내식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한 끼 기쁜 마음으로 해결하고 직장인이라도 된 기분을 느껴 바로 옆의 편의점에서 사진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사실 예감이 좋지는 않았다. 집어 들었는데 봉지 내부에 얼음 결정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얼었다 녹았나 보군. 그리하여 같은 제품을 좀 뒤적거려 보았으나 똑같은 느낌이었다.
아이스크림이니까 녹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요즘의 대량생산 아이스크림, 특히 별도의 브랜드 냉장고에 들어 있지 않은 것들은 대체로 잘 녹지 않는다. 온도 변화로 인해 부피가 꺼지고 걸쭉한 액체로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안정제나 증점제 등의 도움으로, 온도는 내려갈지언정 공기가 들어간 조직은 웬만큼 유지한다. 사실은 그래서 더 질감이 이상하기는 한데, 일단 넘어가자.
진짜 걱정되는 요소는 ‘크리스피’하다는 껍데기였다. 금방 만든 탄수화물 같은 바삭함이야 기대할 수 없겠지만 이 또한 현대 과학의 도움을 받아 치명적인 눅눅함에 웬만하면 시달리지 않는데… 계산을 마치고 뜯어보니 웬만한 상태를 넘겨 눅눅했다. 별도의 냉장고에서 파는 제품은 아니지만 2,500원이면 싼 것은 아닌데다가 대체로 허쉬 상표를 달고 나오는 아이스크림들이 먹을만했기에 골랐는데 완전한 실패였다. 이 정도로 관리가 안되는 건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맛의 균형도 조금 의심스러웠다. 가운데에 들어간 가나슈의 ‘핵’이 핵심인데 다른 요소에 비해서 지나치게 달았다. 대량생산 제품의 단맛이 지향하는 지점을 감안하면 안 혹은 덜 달아서 나쁠 건 없다고 믿고 사는데 역시 구간을 벗어나 있었다. 아이스크림의 세계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라는 우려가 들다가도 한국에서 하겐다즈 수준의 ‘대량이지만 복잡하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국내생산되지 않으며 아직도 흰 “우유” 아이스크림의 대명사가 투게더임을 감안한다면 뭐 딱히 이상할 것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