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연재-이용재의 ‘세심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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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기간행물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

대체 무엇에 대해서 써야 하는가. 계속 쓰므로 계속 고민한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는 말도 언제나 마음에 걸리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읽는 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간극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뾰족한 수는 없다. 되든 안되든 일단은 그려 놓은 큰 그림을 따라가려고 한다.

그래서 재료에 대해 쓰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가장 평범한 축에 속하는 것들만 골라서. 소재 자체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난이도를 굳이 따지자면 2016년까지 썼던 레스토랑 리뷰는 맨 꼭대기에 있었다.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다고 보지만 올라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는 내려가야만 한다.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소재의 수준을 낮춘다거나, 더 나아가 글의 수준을 낮춘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더 기본적이고 더 일상적인 것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안 그런 세계가 있겠느냐만 음식과 요리의 울타리 안에서는 기본이 정말 중요하다. 원리를 이해하면 응용이 쉬워진다는 점도 있지만, 그 기본 단 몇 가지만 이해하고 익혀도 삶의 자질구레함이 사뭇 개선된다.

하지만 바로 그 자질구레함에 손을 대는 순간 마음은 더 불편해질 수 밖에 없어진다. 자질구레함은 그 자체로 한계일 수 있다. 게다가 빛도 딱히 나지 않는다. 자질구레함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결을 파헤쳐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끄집어내 펼치는 일은 실행에 옮기는 사람만 재미를 느낄 가능성도 높다. 말하자면 혼자 신나서 지랄발광하는 격일 수 있다. 사실은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지랄발광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는 때가 많다. 이게 뭐지 나는 왜 이러고 있지…

8월 18일부터 한국일보에 격주로 연재된다. 사실은 애정이 많은 분야인데다가 마감까지 다 하고 엎어진 사연까지 있는지라 더더욱 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