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경평면옥-그래도 개선
오오옷.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켰는데 정신이 바짝 들었다. 영어로 치면 ‘jolt’랄까. 무엇보다 시원했다. 장충동 평양면옥 계열은 심지어 진미평양냉면까지 대체로 온도가 낮지 않고, 그래서 종종 늘어진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확실하게 시원했다. 그리고 뒤로 밀려오는 짠맛과 감칠맛. 이런 온도대에서 짠맛과 감칠맛을 이만큼 느낄 수 있다면 과연…? 아니나 다를까, 한 그릇을 시원하게 비우기가 무섭게 조미료 미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과연 대단한 냉면이다.
전반적인 인상은 ‘약간의 과보정’ 혹은 ‘두려운 후폭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냉면은 소위 계보를 타고 나온 것 가운데 그나마 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앞에서도 말했듯 장충동 계열이 습관처럼 품고 있는 늘어짐을 보완했다는 점도 높이 사지만, 고명도 허술하게 만들지 않았다. 질기지 않고 잘 씹히는 소와 돼지고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질기지 않은, 무려 야들야들한 삶은 계란이 등장했다. 노른자의 녹태는 피할 수 없었지만 이런 계란은… 신선했다. 다만 면이 다소 축축한 느낌이었는데 ‘딜 브레이커’의 수준은 아니었다.
사실은 냉면보다 만두가 훌륭했다. 늠름하고 잘생겼달까. 피가 두껍지만 질기거나 뻣뻣하지 않은 채 뭉치지 않은 소를 잘 버티는 만두였다. 피가 이미 찢어진 채로 등장해 집어들면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가 뭉친 채로 툭, 떨어지는 만두를 너무 많이 접한 처지에서는 호들갑을 좁 떨어도 좋겠다는 수준이었다. 간도 대부분의 냉면집 만두가 0을 지향한하면 이곳은 50~70사이는 되니 간장으로 방점만 찍어주면 충분했다.
흔한 한국풍 인테리어 및 집기나 없었으면 좋을 대형 벽걸이 TV 등은 별로지만 음식과 주변 정황은 적어도 닳고 무신경한 느낌은 풍기지 않아서 긍정적이었다. 새로 가게를 내면서 이만큼도 개선하기가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다.
*사족: 11,000원인데 1,000원 더 받고 놋이나 사기 주발에 냈으면 음식이 확 달라보였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평양냉면 개선의 마지막 ‘허들’일지도 모르겠다.
놋그릇에 담아 주는 냉면을 먹어보니…확실히 더 시원한 듯 하고, 잘 대접받는 다는 느낌이 있더군요..
냉면의 품격에 이 집이 빠졌기에 좀 의아해했는데 이제 가보셨군요.
저도 최근에 가봤는데 위치나 2층이라는 단점이 너무 두드러져서 과연 계속 버틸 수 있을지 좀 걱정되는 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