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건빵
빈 봉지만 남았다는 건 어쨌든 꾸역꾸역 다 먹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측할 수 있듯 이 건빵에서 홍삼의 정체성은 거의 두드러지지 않는다. 봉지를 뜯으면 어느 시대의 비누향으로 기억할 인공 홍삼향이 가볍게 풍기고 그걸로 끝이다. 한 개씩 집어들어 먹는다면 후각 뿐만이 아니라 온 감각을 집중시키지 않는 한, 홍삼의 정체성을 반영한 음식임을 인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공향과 더불어 홍삼가루 0.1퍼센트가 들어갔다는데, 그보다는 귀여운 홍삼 마스코트 두 분을 비롯한 포장을 통해 정체성을 각인 당할 가능성이 높다.
홍삼과 상관 없이 먹을만한 건빵인지라 꾸역꾸역 먹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재료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방법은 없을까? 없을 리가 없다. 지역 특산 식품의 세계가 점점 더 확장되고 있지만 정말 음식 같은 상품은 여태껏 많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건빵만 생각해봐도 두세 가지는 더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루의 함량을 늘리는 것이다. 말려서 가루를 낼 수 있는 식재료라면 일정 비율 밀가루에 자연스레 섞여 맛과 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0.1퍼센트는 포장만 홍삼 분위기를 내기에 차마 양심이 허락치 않아 슬며시 밀어 넣은 수준 같다. 이왕이면 보양식처럼 만들고, 건빵이니 군용 전투식량으로 납품해도 좋지 않을까? 일반 건빵과 별개로 혹서기 보양 건빵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시 군용 건빵의 설정을 응용하는 방안이다. 별사탕 말이다. 홍삼 캔디 같은 상품은 이미 존재하니 건빵 뿐만 아니라 별사탕에도 홍삼의 맛과 향을 불어 넣으면 건빵만 먹는 것보다 덜 심심할 뿐더러 더 잘 각인될 수 있다. 응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테면 건빵에는 홍삼, 별사탕에는 대조를 이루는 식재료의 맛과 향을 불어 넣는다. 레몬 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별사탕 대신 젤리 같은 걸 곁들여도 좋다. 건빵과 별사탕의 짝도 일종의 정착된 문법처럼 통하는데, 둘 다 딱딱하다는 걸 감안하면 군용 외에는 좀 누그러져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홍삼처럼 약재로 통하는 식재료로 상품을 만들때 건강 드링크 같은 것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음식이 젤리류임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씁쓸함을 지닌 식물성 재료이니 초콜릿과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찾아보면 이런 슬픈 제품만 나온다. 이런 현실을 볼 때마다 뭔가 좀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홍삼 같은 재료라면 오랑제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저온으로 익히고 초콜릿을 입히는 것인데, 삼이나 도라지류로 만드는 정과를 생각하면 딱히 이질감을 느껴야 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