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마빵
빵이 빵처럼 생겼군! 하회탈도 죽순도 명태도 오징어도 무엇도 아닌 빵처럼 생긴 빵. 그 이유만으로 나는 이 빵이 무척 궁금해졌다. 지역 빵의 군웅할거-보다 ‘난장판’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지만-시대에 조금이라도 주목을 끌려다 보니 모두가 ‘오바’하는 판국 아닌가. 그런 가운데 그냥 빵처럼 생긴 빵이라니 훌륭할 수도 있겠다… 싶어 날름 사먹었지만 결과는 역시 평범했다.
사실 경주 황남빵을 그대로 차용한 모양에 마가 적당히 섞인 소가 들었을 뿐이다. 마 특유의 흙맛(?)이 그럭저럭 나지만 그게 전부이다. 한 입 먹다 말고 ‘이야 새로운 지역빵이 탄생했네 얼씨구절씨구~’하며 어깨춤을 출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설정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가운데 다른 측면이 더 아쉬웠다. 일단 덜 구웠다. 어디 하루이틀이겠느냐만 즉석 식품도 아닌 제품이 허옇게 덜 구워져 있으면 만감이 교차한다.
다음은 상품명이다. 지역과 재료의 이름으로 간결하게 지었다고 이해하고 싶지만 어감이 썩 좋지 않다. ‘마빵’은 ‘마빡’과 발음이 비슷하다. 여담이지만 국내 양잠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계 당국에서는 누에나 먹이인 뽕잎으로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그랬는데… 뽕잎으로 아이스크림 등의 식품을 개발한 가운데 빵이 있었다. 그렇다 ‘뽕빵’이었다.
*사족: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어차피 마는 형태가 독특하지 않아서 모양을 살리는 쪽으로는 별 가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 소를 넣은 과자빵이 어울리느냐면 그것도 아닌 듯. 가루 등을 이용해 발효빵에 쓰는 쪽이 가능성 있다고 보지만… 이런 사업 개발은 대체 누가 자문을 해주고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