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열무국수의 교훈
잘 안 가는 동네에서 열무국수를 먹었다. 6,000원짜리 이 국수는 진정성이든 성의든 뭐든 하여간 음식을 잘 만들고 싶은 정서적 원동력이 최고의 지점에 이른 듯한 음식이었다. 덕분에 완성도가 훌륭했지만 맛도 그만큼은 아니었다. 관건은 단맛이었다. 매운맛으로 자극을 주는 경험의 전반부-라기보다 맨 앞-에서 단맛이 같이 나와 버린다. 그리고 곧 아무 맛도 남지 않는다.
이런 맛의 조합은 어떤 논리로 설계되는 것일까. 집에 돌아오는 동안 계속 생각했는데 사실은 흔한 조합이자 설정이다. 경험의 측면에서 보자면 매운맛이 잦아드는 지점에서 감칠맛이 등장해야 하는데, 이를 조미료 등으로 강화-사실은 ‘boost’라는 단어가 가장 잘 들어 맞는-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자극으로서의 맛을 찾다 보면 가장 만만한 단맛을 투입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맛의 설정이다. 늘 여운이니 켜 같은 개념을 들먹이는데, 많은 음식이 입에 넣자마자 충격을 준 다음 사그라드는 건 한편 매운맛-통각을 중심으로 맛을 자극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미료를 향한 반감을 떨치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자극을 주려고 하니 결국 이렇게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특수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갖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지만 결국 공허한 맛을 내는데 에너지를 낭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