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그 요리 (2)-박민규의 ‘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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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영화-미술-음악 등등 예술 전반에 등장하는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는 글 거리이고 나도 쓰고 싶지만 요즘 많이 나왔으므로 그저 기고 기회가 있을 때나 만지작 거린다. 몇 년 전 모 매체에 6개월 정도 연재했던 글인데 내가 했던 일들 치고는 드물게 고료 때문에 애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쉬는 기간에 긁어서 올려 보겠다. 참고로 1편은 예전에 올렸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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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이사를 했다. 헤아려보니 1999 이후 2년에 꼴로 옮겨 다녔다. 1 만에 짐을 적도 있고, 바다도 건너 왔다갔다 했다. 언제나 책이 가장 짐이다. 실제로 많기도 하고 그만큼 마음의 부담도 크다. 그래서 읽는 도서관에 기증할까 뒤적거리다 박민규의 소설집 <카스테라>발견했다. 책이 이중삼중으로 꽂혀 책장이 정리도구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탓이다.

발견의 기쁨에 휩싸여 책을 추리다 말고 채로 읽었다.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뜬금없는 문장이라니. 스무 남짓한 이야기를 단숨에 읽고 나니, 너무나 당연하게도 카스테라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꺼내고 밀가루를 체로 내렸다. , 냉장고의 전생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카스테라는 스폰지 케이크 가문의 일원이다. 오직 계란의 힘으로 얻는, 자잘하고 고른 조직과 질감이 비슷해 붙은 통칭이다. 제누아즈(Genoise, 이탈리아 북서부 도시 제노바에서 따온 이름), 스파냐 (Pan di Spagna, 스페인빵) 다른 이름으로 유럽 각국에 일가를 이뤘다.

이런 스폰지 케이크 가문이 일본에 진출한 16세기다. 나가사키를 통해 포르투갈과 교역하는 과정에서 무역업자와 선교사가 전파한 것이다. ‘스페인 카스티야의 이라는 뜻의 카스텔라(Pão de Castela)라는 이름에서 일본식 발음인카스테라 굳어졌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있다. 18세기 인도에 선편으로 운송하느라 홉을 많이 넣어 변질을 막았다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IPA)처럼, 카스테라도 계란 노른자의 지방이나 설탕이 미생물 번식을 막아 장거리 항해시 선상 식량 역할을 했다. 설탕이 귀한 17세기 에도 시대에는 일본 천황의 사자 방문시 진상품 대접도 받았다.

대체 그런 카스테라와 전생에 훌리건이었던 냉장고는 대체 무슨 상관인가.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짓는 박민규 특유의 능청스러움 또는 뜬금 없음이 소설의 매력이다. 리버풀의 팬이었던 남자는 유럽 축구 챔피언스 리그 결정전 관람 도중, 상대인 유벤투스(이탈리아) 관중석으로 돌진하다 무너진 담장에 깔려 죽는다. 열을 식힐 아는 지혜를 배워야 겠다는 그에게, 신은 냉장고로서 다음 삶을 제안한다. 그리고 흘러흘러 작중 화자의 원룸에 자리를 잡는다.

소음 탓에 애를 먹던 주인공은 고민과 냉장고의 역사에 대한 고찰 끝에 나은 쓰임새를 깨닫는다. 고민거리를 집어 넣는 . 케케 묵은 우스개인코끼리 냉장고에 집어 넣기(1.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 참고해, 그는 계속해서 문을 열고 고민거리를 넣고 문을 닫는다. 타령하는 아버지를, 성적 타령하는 어머니를, 학교와 미국과 중국을 차례로 넣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세기의 마지막 , 냉장고는 평소보다 소리로 울어대더니 조각의 카스테라를 남긴다. 모든 고민거리가모든 것을 용서할 있는 으로 응축, 승화한 것이다.

그런 카스테라를 집에서 만들어보자. 나는 justhungry.com 레시피를 참고한다. 계란 8(특란: 55g), 백설탕 300g, 중력 또는 박력분 200g, 우유 100ml,  5큰술을 준비한다. 오븐을 170℃ 예열하고, 밀가루를 체로 내린다. 냄비 바닥에 깔릴 만큼 물을 붓고 가스불에 올려 끓을락말락하게 준비한다. 우유와 4큰술을 섞는다. 계란을 대접에 담고 설탕을 더한 냄비에 올린다. 색이 옅어지고 부피가 2-3배로 불어나며, 거품기를 들어 올렸을때 끊어지지 않고 길게 늘어질 때까지 쉬지 않고 휘젓는다. 적어도 15분은 걸린다. 우유와 꿀을 더하고, 밀가루를 섞어 틀에 붓는다. 대략 25cm길이 식빵틀 점에 찬다. 오븐에 넣어 이쑤시개에 아무 것도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50 가량 굽는다. 사이 남은 꿀에 2큰술을 더해 시럽을 만들어 구운 카스테라 윗면에 발라 준다. 5 가량 식혔다가 틀에서 꺼내, 촉촉함을 얻기 위해 비닐봉지에 싸서 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