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에서 아침을

IMG_0508이케아 광명점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한국의 대부분이 그렇듯 딱히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수평으로 긴 창 자체와 역광이 열심히 만회해서, 무엇을 챙겼든 쟁반을 식탁에 올려 놓는 마음이 살짝 들뜬다. 그리하여 널린 가구 만큼, 또는 그보다 더 대량생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스웨덴식 미트볼에도 싼 가격 만큼이나 너그러워질 수 있다. 미국의 어느 교외 허허벌판의 매장에서라면 절대 품을 수 없는 너그러움이다.

어느날 늦은 아침을 이케아에서 먹었다. 원래 늦었지만 길을 잘못 들어 더 늦은 아침이었다. 걸신이라도 들린 양 쟁반 두 점에 눈에 들어오는 대로 이것저것 담아 역시 눈에 들어오는 아무 식탁에나 앉았다. 스웨덴식 미트볼은 웃기는 메뉴지만 그래도 이해는 할 수 있다. 이케아니까. 하지만 치즈 돈까스는 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코웃음을 쳤지만 막상 먹어보면 너무나도 멀쩡해 큰 충격을 받는다. 튀김옷은 적당히 바삭하고 치즈도 적당히 녹아 늘어진다. 겨우 5,900원짜리 음식 한 접시의 적당함에 나는 유쾌해져, 역광이 많은 것을 가리고 덮어주는 창 밖을 내다보며 패밀리카드 회원에게 공짜인 커피를 음미한다. 참으로 적당한 아침일세. 한국에서 이제 적당함은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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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인 요소는 소위 ‘가성비’가 아니다. 너무나도 멀쩡한 온도였다. 며칠 전 어떤 돈까스집에 대한 글을 굳이 쓴 이유는, 무엇보다 이 음식점에게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점이 무신경함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온도 때문이었다. 이래도 저래도 대강 쑤셔 넣을 수는 있지만 온도가 맞지 않으면 바로 그 쑤셔넣기조차 안된다. 쑤셔넣다가 상처 입을 수 있다. 그런 음식과 음식점이 천지고 당신은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상처입는다.

그런데 현재 대량생산의 화신 같은 브랜드에서 주력 품목도 아닌, 일종의 서비스 같은 품목군이 멀쩡하다. 게다가 그 이유가, 바로 그 대량생산 탓인 일종의 방치다. 아니라고 그러면 분노할 대부분의 “수제” 음식을 파는 개인 자영업자들이 먹고 고민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과연 무엇이 음식이 지녀야 할 미덕의 하한선을 충족시켜 주는가. 과연 음식을 위한 상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대량생산보다 못한 개별생산, 더 나아가 기계보다 못한 사람일 수도 모른다는 쓰디쓴 사실을 용인할 수는 있을까.

3 Responses

  1. 11 says:

    1. 일반적으로 한국의 소비자들이(저를 포함해서) 갓 나와서 물과 기름이 끓는 최대한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어가면서 먹는 행위, 그리고 재료를 넣어서 오래 푹 끓인 국물음식을 참 좋아하는데 이걸 다른 종류의 음식에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적당한 온도의 돈까스보다는 막 기름솥에서 건져내어 표면에서 기름이 끓는 돈까스를 서빙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라는 것이죠. 식당들이 온도에 무심한 건 소비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2. 일본된장을 끓일 때는 펄펄 끓지 않는 물에 된장을 풀어서 오래 가열하지 않고 다 풀어지면 즉시 먹는 것이 표준조리법이라고 하던데, 이걸 알고는 100도의 물에 오래 끓이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의 방식과는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된장은 오래 끓이면 구수한 향이 날아가니 오래 끓이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이 두개가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르게 형성되었는지(아마도 한국식 된장은 재료를 많이 넣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만), 뭐가 좋은지도 연구해 볼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Jediwoon says:

    하향평준화 되가는 현실에서 가구점 식당이 사라져가는 평범함을 되찾게 해주는군요.

    독일에 거주하고 있어 독일 이케아를 종종 가는데, 여기는 메뉴가 좀 단순(?)하고
    디저트종류만 먹을만한데, 한국 이케아는 나름 한국식 메뉴들이 있나보군요.
    독일 이케아는 맥주도 파는데, 한국 이케아도 맥주 파나요?

  3. 황석윤 says:

    전 이케아 연어먹어보고 내심 놀랐는데요. 이정도도 안되는 연어들이 얼마나 많은지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