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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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만나고 청소와 빨래와 설거지를 나름 부지런히 했으며 음악도 듣고 맥주도 마시고 작은 마감을 하나 끝내고 큰 마감도 거의 다 끝냈고 안 쓰는 물건도 좀 버리고 도마와 찜통을 일광소독했으며 조금이지만 책도 읽고 열심히 걸었으며 밥을 그럭저럭 해먹다가 장을 열심히 봐와서 단호박파이를 구워 먹는 것으로 2070년까지는 오지 않는다는 긴 연휴를 마무리지었다. 심지어 구몬마저 거의(!) 밀리지 않았다. 이만하면 꽤 훌륭한 연휴이자 적절한 휴식기간이었다.

그래도 이 마지막 순간에는 기분이 가라앉는다. 왜 그럴까. 원래 그런 것이겠지. 사는 게 그렇고 연휴가 또 그렇다.

다용도실에서 파이 껍데기를 식히다가 토요일에 했던 빨래의 일부를 널지 않고 세탁기에 처박아 두었음을 발견했다. 의식적으로 무시했다. 이런 작은 일에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확 무너질 수도 있다. 무시하는 게 답이다. 내일 다시 빨아 널면 된다.

3 Responses

  1. 다운 says:

    한식의 품격을 사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추석연휴에 다 읽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2. 연승 says:

    한식의 품격 많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읽다 보니 외식의 품격도 3년 전에 사서 읽었던 책이네요. 다시 보려고 친구한테 줬었던 거 가져와야겠네요^^;

  3. 정원작가 says:

    1. 저와 비슷한 추석 연휴 일정을 보내셨군요. 조리도구 일광 소독은 저도 하고 싶습니다.
    2. 평소 TV를 잘 보지 않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TV가 최고의 친구죠. 누구와 약속하고 돈 쓰고 할 필요도 없이 이것저것 조리해 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TV 속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을 골라 감정 이입하며 보내는 것인데 남이 볼 때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지만, 나만 좋으면 된 것이죠. 그중 인상 깊게 본 것이 두 가지입니다.
    3. 한국 요식업계의 셀럽 백종원이 푸드트럭 사업을 컨설팅해주는 지상파 프로그램과 케이블TV 올리브의 베트남 요리 드라마입니다. 전자를 통해 요식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고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왜 성공하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후자는 당장 베트남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4. 몇 가지 조리도구를 사야 하는데 결정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이 끝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