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 “본점”의 절망
마침 동선이 맞아 장충동의 뚜레쥬르 “본점”에 가보았다. 묘한 시각에 할 일이 있어 점심을 안 먹은 오후여서, 허기진 김에 빵을 거의 ‘보따리’에 가깝게 이것저것 사들고 왔다. 어떤 것들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고, 생크림 식빵처럼 익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밀가루 덩어리라 한 입 먹고 그대로 버린 것들도 있었다. 대략 절반쯤 먹고 나머지 절반쯤은 버렸다(사진을 보고 먹은 빵과 버린 빵을 구별해 보시라).
‘야 그럼 너라는 인간이 이걸 맛있다고 쓰겠냐’라고 화를 버럭 내실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절망을 느끼는 원인은 맛과 완성도의 영역 이전에 놓여 있었다. 가루로 빚은 덩어리에 공기를 불어 넣는 제과제빵류의 완성도 한 축이 생김새 또는 외관이라면, 이곳에서 파는 제품 대부분은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적어도 길에 널린 가맹점의 조잡하고 못생긴 것들보다는 훨씬 더 먹고 싶게 생겼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완성도를 일궈내는 수단에 나는 절망했다. 제품 카드를 확인하니 크루아상은 여전히 ‘가공’버터로 만든다. 물론 법에 따라 아주 적은 양의 식물성 지방을 포함시켜도 가공버터라 불리니 무조건 눈을 까뒤집고 한숨을 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쨌든 가공버터는 가공버터다. 보통 버터와는 엄연히 다른 재료다. 민감한 재료인 버터는 일반적으로 ‘가공’의 딱지를 달면서 물성 또는 가공성이 보완된다. “본사”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시제품을 선보이는 시험 매장이라는 이곳에서도 가공버터를 쓴 크루아상류를 만들어 판다. 그렇다면 결국 잘생김-먹고 싶음의 완성도를 가공버터의 맥락에서나 다듬기 위함이 최종 목적이라는 의미 아닐까.
가공버터보다 더 한심하다고 생각한 영역은 ‘자가제분’의 ‘식사빵’이었다. 오, 자가제분이라니 멋있잖아. 망설이다가 한 덩어리를 집어오기는 했지만, 적어도 내가 제품 설명 카드를 제대로 읽었다면(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빵 전체의 5%에 달하는 통밀을 매장에서 제분했다는 의미였다. 물론 자가제분이 굳이 제빵에 필요하지는 않다. 때로 그런 수준의 복잡한 시도를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매장을 보면 ‘그냥 사온 밀가루로나 빵을 일단 잘 만들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제빵의 맥락이나 굳이 빵을 예로 들지만 어떤 음식에서나 이런 ‘삽질’ 또는 주객전도는 존재한다). 결국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가치를 거의 허위에 가깝게 만들어 제품에 첨가한다.
요즘은 ‘나름’이라는 단어가 가장 무섭다. 다들 나름 열심히 한다. 이들도 나름 연구를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런데 최종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몇 년 전 대형 제과 매장에서 근무한 실무자의 이야기를 우연히 주워 들은 적이 있다. ‘동물성 크림 100%를 쓰면 좋지만 우리 매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요지였다. 뭐 그러시던가. 문제는 거의 어디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대량생산과 첨가물의 힘을 요령껏 빌어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고는 있는가? 적어도 보기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는 있느냐는 말이다. 그렇지도 않다.
그럼 대체 나름의 연구는 누구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논리의 비약) 결국 ‘대체 이런 음식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왜 다들 진정성 타령을 그렇게 목놓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결론에 이른다. 늘 말하지만 속이려면 아주 제대로 속여야 되는데 그럴 요령이 없다. 잘 만들 줄 알아야 그 요령을 뒤집어서 속일 텐데 그건 대체 어디에서 배우겠는가. 그런 것의 미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없다. (또 한 번의 논리 비약) 결과적으로 음식값을 내고 저질의 연료를 사서 먹고 산다. 좀 웬만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전문미식가는 아니지만 음식뿐만아니라
모든 공산품의 최종 평가는 대중소비자가한다
글쓴이의 현란한문구를 남발해가며 본인 말마따나 논리비약을 해도 너무한것같다 물론 글쓴이의 입맛에 안맛을수도 있다. 그러나 마치 본인의 맛평가가 일반소비자의 맛을 대변이라도 하는식의 평은 좀아닌 것같다
글쓴이의 내용에 의하면 뚜레쥬르는 곧 망할
것 같은분위기다.
이거 하나는 분명한것같다 대한민국이 먹구살만한나라인것은 확실하다
먹는것 가지고 평론하는 직업도있으니말이다.
물론이것도 논리비약이다. 끝
좋은 지적입니다
수준이 평범한 빵을 수준이 평범한 사람이 평가한 글. 대신 가공버터가 싫어서 일반 버터 먹고 썼나 봄. 뚜레쥬르 직영점을 공격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해짐.
댓글들 보니 아직 우리나라 음식문화 수준이 멀었네요. 아니, 비단 음식문화만 놓고 이야기할게 아니라 비평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참 덜떨어졌네요. 이 포스트는 국내 유력 일간지에 크리틱이랍시고 올라온 것들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잘 쓴 글입니다. 글쓴이 당사자의 기준이 확고하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재단하고 평가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우연하게 이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만 오늘부터 열렬하게 이 블로그를 애독할 예정입니다. ‘빵이 다 거기서 거기지, 나는 맛있기만 하더구만 왜 너는 유난이냐’ 정도의 수준을 보여줄 바에야 그냥 댓글 달지 마시고 뒤로가기 추천드립니다. 인류 삶의 발전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똥멍청이같은 발상이니까요. 먹는 것 가지고 평론을 하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논해야 할까요? 의식주는 인간의 삶에 가장 밀착한 분야이자 계속 발전을 거듭해야 할 영역입니다. 그러시는 댁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길래 남의 직업을 평가절하합니까? 아프리카에서 난민 구제를 하셨나요? 대한민국 국민의 삶에 본인이 얼만큼 일조하셨길래 이딴 수준 보이는 댓글을 다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럼…무엇을 먹고 살까요?파xxx트는 뭐가다를까요?다 똑같습니다~~
왜 뚜레쥬르일까??? 서비스 빵을 못 받으셨나??? 뚜레쥬르를 애용하는 보통 소비자인데요 전 좋네요~
이좋은글재주 딴곳에갖다쓰셨으면 ..애지간히 빵타령
박원숭이한테 배웠나요?
이렇게 갈기면 협찬좀 받나요?
불쌍한 중생들이 웃기는 덧글 달았네
너희가 먹는 파xxxx , 뚜xxx 는
빵이 아니라
빵을 흉내낸 모사품이라는거다
빵을 제대로 만드는 빵집을
평소 접할 방법이 없으니
지들이 먹는 빵이 모사품인줄도 모르고
그 모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할 능력도 없고 ㅋ
통신사 할인 몇푼 받아 사먹는 빵과
본인을 동일시하니
너희 인생도 그 모양인거
빵이라곤 뚜레쥬르 파리바게트밖에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 Pseudo-bread라 불러 마땅한 것만 먹고 살았으니 빵이 뭔지도 모르지.
댓글들이 격하네요
무슨 버터를 썼네 하는 빵집들 가면 확실히 향부터가 다르긴 합니다
다만 빠xxx, 뚜xxx 싼마이에 만족하고 먹는 현실..
대량생산은 모사라고 하셨죠. 제 생각은 이정도면 충분히 모사 한 것 같아요.
통신사 할인받으면 빵한덩어리 일이천원이면 사니깐, 사먹는거죠 뭐.
윗분 말은 그럴듯하게 하셨지만 결국 진짜 빵이란게 뭔지에 대해 생각도 안할거고 그럴 역량도 없으니 이대로 먹고 살게 냅두란 생산성 없는 댓글 다셨네요. 그걸 비판하고 더 발전할순 없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을 쓰는게 이 분의 평론가로서의 일입니다. 현실에 자위하면서 사는 것과 발전을 위한 연구 어느것이 더 가치 있나요? 부끄러워 하시길.
다좋다. 그래 문제는 우리가 흔히 먹는 빵이 밀가루 덩어리 라는건데 그 현란한 문구로 슬프게 얘기된 밀가루 덩어리를 만든곳이 무지 많은데도 딱 한군데만 찍어서 쓰셨다는게 웃기다는거지
지나가다 첨언하자면, 딱 한군데만 찍어서 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준 미달이라고 생각하는 식당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부족한 점을 짚는데, 그런 지적질이 반십년간 아주 꾸준한 블로그거든요.
뚜레쥬르가 대중에게 워낙 널리 알려져있다보니 이집을 저격한 것처럼 보이나본데, 이건 저격 수준에도 끼지 않습니다. 자가제분이라고 해놓고 5퍼센트만 슬그머니 섞은 빵을 내놓는건 꼼수입니다. 동네빵집이면 몰랐다고나 칩시다.
R&D 부서를 따로 가지고 있을만큼 큰 업체에서 하는 짓이란, 잘 아는 쪽이 무식한 소비자를 놀려먹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잘 만든 빵을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손님으로 모시는게 아니라, 대중들이 빵에대해 얼마나 아니, 대충 잘 꾸며놓고 돈이나 벌자. 식이란 겁니다.
그나마 대중적인 빵집임을 고려해 큰 기대하지 않고 간 상황에서도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입맛이 각자 다름에도 대중적으로 공감하는 맛있음이 생겨나는 것은 왜일까요?
뚜레쥬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빵을 다양하게 먹어본 경험 – 서울에서 접할 수 있는 이름난 빵집들. 예를 들면 오월의 종, 곤트란쉐리에, 폴앤폴리나, 브레드공오, 나폴레옹 제과, 에릭 케제르, 몽상클레르, 김진환제과점, 밀도, 딘앤 델루카, 잇츠 크리스피, 뺑드빱바, 베이커리 봉교 등등 – 을 가진 이들이 뚜레쥬르와 아티제와 스타벅스와 파리바게뜨 서래점 등등을 방문하면, 거기서 뚜레쥬르 장충점 빵을 고를 일이 드물다 이겁니다. 아울러 여기서 더더욱 문제가된것은 장충점이 본점, 그러니까 기계로 말하면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 그렇습니다. 뚜레쥬르 전국 점포 중에 젤 맛좋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조차 쥬스회사들이 라벨에 과즙100프로, 써붙여 파는것 같이 하고 있으니 슬픈겁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맛있는 것을 찾고, 좋아합니다. 자기가 세상의 일면을 모른다고 해서 더 많이 경험해본 사람의 지식을 힐난하거나 모욕하지 맙시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게을리 하지 맙시다. 유교문화가 워낙 검박함과 백이 숙제같은 삶을 강조하다보니 식탐이 무슨 죄인양 생각하는데, 알고 먹으면 음식이지만, 모르고 먹으면 먹이 입니다.
고3 되서 중3 생각해 보면 내가 그땐 왜그랬나 웃기고 오그라들잖아요. 같은 상황입니다. 지금 여기서 윽윽악악 하는 분들이 평생 뚜레쥬르 빵이 최고야 라고 생각하며 살아도 본인의 선택입니다만. 시간 되시면 영등포-목동 인근 밥아저씨 빵이나 아현-애오개 인근 위드브레드 빵을 먹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걸 드셔보고도 나는 역시 뚜레쥬르 빵이 맛있는데! 이상한 개소리를 들었어! 라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싸울 일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평생 다른 빵을 먹고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서울한량님 댓글 너무 공감가요 좋아요 누르고 싶네요
서울한량 님, 글이 참 좋습니다. 딱히 음식에 국한되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이 깨닫고 갑니다.
좋은글
글솜씨가 뚜레주르하네.
그냥 알아서들 드시게 냅두지…
음식비평가라는 허울진 이름으로 개취 / 만든사람의 수고까지 무시하는 건 아닌지…
비평이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조언, 첨언이어야하지 까대는 것은 아닌 듯..
좋은 의도가 나쁜 글솜씨를 만나 망가진 비평.
만든 사람의 수고가 맛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뭔가를 맛없다고 말할 때 그걸 고려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남의 글솜씨를 평가할 능력이 있긴 하십니까?
만든 사람 수고 생각하는 놈이ㅋㅋㅋㅋ
글쓴이가 가공버터 빵 꾸역꾸역 먹으며 정성들여 글 쓴 수고는 왜 안 하냐ㅋㅋㅋㅋㅋㅋ
이런 인간들때문에 비평이랑 비판 비난 구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경험이랑 논리를 정성들여 설명해도 지 불리하면 비판 아니고 까대기임. ㅋㅋㅋ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수준 보인다.
왜 이렇게 무식하세요…ㅜ
다른 메이커도 비슷한데… 이곳만 콕 집어서 감정이 있는듯 지적한것은 기자로서 오해받기 쉽다.
좀 심한 평가…
진짜 멍청한 댓글들 전시장처럼 되어가네요. 그놈의 취향타령 어휴.
그놈의 취향 타령, “나는 맛있게 먹었는데” 타령, “만드는 사람 정성은 생각 안하고” 타령. 왜, 중국차도 만든 사람 정성 생각해서 사주고 짝퉁 가방도 취향이니 존중해 달라고 하지? 지 미각이 둔해서 맛을 못 느끼는 걸 왜 남한테 성질이야 도대체.
장충동 살아서 뚜레쥬르 본점에 자주 갔는데.. 여기는 몇 년 전보다 맛이 더 없어졌어요.. 겉보기에도 드러날정도로 바뀌었어요. 시즌마다 테스트하는 메뉴 말고.. 항상 있는 크라상, 깜빠뉴, 바게트 같은 빵들은 전부 더 맛없어져서 아쉽습니다.ㅜㅜ
저는 본문은 물론이고 김두레님, 서울 한량님 말에 너무나 공감합니다. 한국에도 이런 블로그, 이런 비평이 있다는 것에 안심함과 동시에 희망을 느낍니다. 늘 많이 공감하며 읽기만 하는데 혹 비평 그만두실까 불안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모든 글에 다 공감하고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있는 의견이 다른 그런 글에서조차 최소한 납득은 할 수 있게 글을 쓰셔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블로그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 써 주십시오. 오늘은 정말 사려고 생각만 하고 미뤄 두었던 책 사겠습니다.
음…. 음식 평론이 싫다면 왜 굳이 음식 평론하는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와서 굳이 글을 다 읽고 덧글에 욕을 남기는 것일까. 참. 다들 뚜레쥬르에서 일하나….? 아니면 그냥 열성팬(?)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자신의 입맛, 취향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해서인가? 왜 이 글을 그렇게들 미워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