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할랄가이즈-끼니 음식의 정체성
9,900원짜리 레귤러 사이즈의 콤보 플래터(닭+쇠고기 이로 Gyro)를 받아들고는, 진지하게 소스를 따로 담아서 똑같은 걸 하나 집으로 포장해 갈까 생각했다. 무게를 달아보고 싶었다. 전체도 그렇지만 두 종류 고기는 각각 얼마씩 들은 걸까. 재료별 양 및 총량을 표로 정리해 글에 첨부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가장 싼 음료인 물을 1,500원에 사면 11,400원이다. 그리고 이렇게 빈약한 음식이 나온다.
물론 음식을 평가하면서 그런 일을 해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할랄 가이즈에서 해결을 위한 점심 거리를 받아들고 나는 마음 속으로 깊은 회의를 느꼈다. 맛이 없지는 않다. 한국식으로 보정하겠다는 심산이었는지 소스를 지나치게 퍼부어 균형이 좀 깨졌지만 각각 간한 닭고기와 쇠고기는 조리 상태도 간도 양호했다. 썰어 담기만 한 양파나 토마토, 깔린 밥 등등도 뜯어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은 끼니를 위한 음식이다. 물론 맛이 있어야만 하겠지만 전제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양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음식 자체의 정체성도 그렇거니와(미국 외의 지역, 특히 유럽에선 결국 맥도날드를 비롯한 햄버거-따뜻한 샌드위치의 위상 아닌가?), ‘할랄 가이즈’라는 브랜드의 기원-길거리 음식-을 홍보 자원으로 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웬만한 음식 평가에서 양이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아닐까. 물론 다소 높은 가격대에 팔리기는 하지만 한식이 미국에서 기본으로 내는 양까지 생각해보면 과연 이런 경향은 뭘까 싶다. 이런 걸 굳이 찾아서 왜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국수주의적으로 한식에 집착하는 부류가 외국 음식 무용론이라도 설파하려 든다면 딱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양을 채워줘야 하는 음식이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인데 말이죠~
비주얼만 봐도 소스의 과다함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버지니아 , 제가 사는 위치에서 5분거리에 있는데 소스는 과하고 내용물 담기도 비슷해요. 매운 소스를 얼마나 많이 뿌려먹는지가 포인트인가 싶기도 하고 심지어는 미국답게 많이 주지도 않습니다.
한국에 들어갔다는 소문 듣고 궁금했는데 이렇게 나오는군요. 전 본점에서 딱 한 번 먹어봤는데 정말 무지막지하게 퍼주더라고요. 고기땜에 뚜껑이 불룩. 소스는 밥위에 뿌리고 개별포장 된 것도 따로 챙겨줬습니다ㄷㄷ
뉴욕에 살았던 사람으로써 말씀드리면, 할랄가이즈는 말 그대로, 점심 혹은 저녁, 새벽을 그냥 ‘때운다’는것에 의미를 둡니다. 아무러 만찬으로 생각하지 않죠. 그리고 길거리 할랄은 사이즈가 one-size입니다. 저것보단 훨씬 크고 양도 많죠. 몇개의 in-store가 생기면서 작은 사이즈가 나온거에요. 즉 한국에서 파는 가장 큰 사이즈가 뉴욕의 기본 사이즈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