津波の日々
금요일에 선생님이 ‘짧은 여행이라도 갔다오는 건 어떠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하하, 여행이요. 네네, 여행 말씀이세요?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그러면 안되는데 집으로 돌아오며 잠깐 생각했다. 아, 정말 도망치고 싶다. 지금 일이 쓰나미처럼 밀려와서 정신줄의 해변에 들이닥친다. 야자수가 쓰러지고 뇌세포가 휩쓸려 사라진다. 조용하고 미동조차 없는 패닉 상태에 접어 들었다. 적극적인 패닉도 태울 칼로리가 있어야 가능한 법. 당장 해야할 일을 늘어놓았더니 들은 이가 ‘올 상반기 계획이냐’고 물었다. 아닌데요, 아마도 3월 말까지?
그래서 잠깐 도망치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1박 2일은 너무 짧고 3박 4일은 좀 길다. 도망치고 싶다면, 사라지고 싶다면 2박 3일이면 충분하다. 조용한 골목의 비즈니스 호텔 구석방 같은 곳이 좋다. 너무 넓으면 잠이 안 온다. 화장실이 가까워야 좋다. 물이나 한두 병 사다 놓고 잔다. 배가 고프면 나가서 아무 거나 주워 먹는다. 그리고 돌아와 또 잔다.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고 아무 것도 사지 않는다. 전화기는 아예 꺼서 카운터에 맡겨 버린다. 잠 좀 자려고요.
정말 진지하게 금요일 저녁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수요일이 삼일절임을 알고 접었다. 그 전에 도망쳤다가 돌아와야만 되는데 휴일이 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남들 안 움직일 때 움직일 수 있는 프리랜서의 이점을 잃는다. 그 이후면 너무 늦다. 그래서 생각을 접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프리랜서 번아웃 3년이면 뭐가 될까? 타자 안 치고 손가락 끝에서 문장이 술술 나오는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