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지새우고-재료 도입의 방법론
먹은지 좀 됐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하루가 다르게 힙해진다는 망원동 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가게가 눈에 띄어서 들어갔다가 역시 아무 거나 눈에 띄는 걸 사가지고 나왔다. 그게 이 치즈케이크였다. 검은깨를 썼다기에 궁금했는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치즈케이크 반죽에 그냥 더했다. 어울림을 헤아려보기 이전에 별 맛이 나지 않았다. 눈으로는 검은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혀로는 쉽지 않았다.
치즈케이크에 굳이 검은깨를 더해야만 하는가. 난 그럴 필요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일단 치즈케이크라는 것의 문법을 확실히 숙지 및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런 게 안 팔린다. 평범하고 기본적인 걸 잘 만들지도 못하지만, 잘 만들더라도 새롭지 않기 때문에 안 팔린다. 왜 달라야 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달라야 더 잘 팔린다. 그러다 보니 이해를 바탕 삼지 않은 파격이 판을 친다.
물론 이 치즈케이크가 파격 생산 욕구의 산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매가 운영한다는 가게 상품의 대부분은 가족이 농사짓는다는 농산물을 바탕으로 한, 다분히 한국적인 것들이었다. 여기에 양식 제품을 추가하려는 생각에 이런 제품을 만들었다고 보았다.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고 또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나기 어렵다. 곡물이니까 차라리 다른 곡물과 얽어줘야 빛날 수 있다.
또한 곡물로 치즈케이크에 바삭함의 켜를 불어 넣을 수 있으니 그쪽 길로 인도하면 된다. 아예 크래커를 만들어 바닥에 깔아주면 좋겠지만 신기하게도 저 케이크는 바닥마저 스폰지케이크였다. 그렇다면 최선은 아니지만 검은깨 가루를 밀가루와 섞어 케이크를 구울 수도 있다. 아니면 소스를 곁들일 수 있으니 콩포트 같은 과일 바탕 대신 조청 등등을 검은깨와 섞는 방법도 있다. 아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죽에 그냥 검은깨를 더해서 굽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본다. 이도저도 아니면 검은깨를 더한 글레이즈를 윗면에 끼얹어 굳히는 방법도 있다. 뭐든 상관 없고 다만 재료의 결합이 물리 아닌 화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발상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사족: 이런 가게들의 아마추어리즘을 보고 있노라면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과연 이런 가게가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