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수박 코코넛 워터 피지오-악평의 이유와 패턴

IMG_5499‘가성비’니 ‘음쓰’니 하는 줄임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음료를 위해서라면 스타벅스를 ‘스벅’이라 부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스벅 수박 코코넛 워터 피지오’라고 불러 보시라, 나름 입술 움직이는 재미가 있다. ‘간장공장공장장’ 수준으로 어렵지도 않고. 그래서 제목도 줄여서 썼다.

각설하고, 이런 음료가 나왔다던데 온갖 악평이 난무한다고 해서 먹어보았다. 심지어 ‘부모의 원수에게 대접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들었다. 재미있었는데 한편 예측도 가능했다. 수박의 풋내와, 예전에도 미묘한 평이 나왔던 코코넛 워터의 풋내가 만난다.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괴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조합이다. 조합이 조금 다르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음료 아구아 프레스카(Agua Fresca) 가운데 수박 바탕으로 만드는 것도 있다.

그래서 먹어보니? 역시 예상했던 범위 안의 맛이다. 수박보다 코코넛에 많이 기댄 것이라 짐작하는 풋내는 확실히 강력하지만 결국 음료의 핵심 정체성이라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가운데, 왜 혹평이 나오는지 생각해보았다. 오이나 수박 등의 풋내가 취향을 꽤 타는 편이지만, 실제로 한국의 식재료에서 이 음료에서 느낄 수 있는 만큼 과채의 강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재료 자체의 맛이 또렷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밍밍(watery/bland)하고 과일이라면 단맛이 지나쳐 균형이 깨졌다. 심지어 음료 정체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박조차 요즘은 스테비아의 강한 단맛이 압도한다. 설탕 만큼 높은 지점을 찌르지도 않고 기분 나쁜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는 단맛이다. 한편 채소라면 다른 방식으로 압도당한다. 일단 김치 위주고, 생채소라면 쌈장에 의지한다. 때로 장을 먹는 매개체로 채소를 쓰는 건 아닌가 싶을 만큼 많이 먹는다. 채소의 맛은 확실히 묻힌다. 이런 패턴이 누적되어 특정 재료의 조합이나 음식에 특정 반응을 보인다. 대개 강하거나 켜가 확실히 존재하는 후각적 요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과일, 허브 등 주로 식물성 재료다. 한식의 전형적인 맛내기 문법이 확실하게 영향을 미친다.

다시 음료 자체로 돌아와서, 한없이 멀쩡한 조합이지만 균형 차원에서는 미흡하다고 느꼈다. 스타벅스 또는 대량생산-프랜차이즈의 강한 듯 모퉁이는 뭉툭한(blunt) 단맛이야 원래 그런 것이라 치고 넘어가더라도, 왜 신맛을 좀 더 적극적으로 끌여들여 균형을 맞추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수박과 코코넛 워터를 얽었다면 생각 못 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로 SSG 등에서 파는 코코넛 워터 가운데 타이 라임을 첨가한 제품이 있다. 장담하건대 이 음료보다 더 극단적인 평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동치미, 더 나아가 평양냉면 국물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코코넛 워터와 비교하면 균형은 이쪽이 더 낫다. 스타벅스가 이걸 모를리가 없을 텐데 어떤 논리로 의사 결정을 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