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베이글-완성도의 결함

IMG_4742몬트리올 베이글을 파는 가게가 연남동에 문을 열었다고 해서 어제 나간 김에 찾아 가봤다. 맞다, 가게 이름이 ‘베이글’이다. 결국 세 번이나 가게에 들러야만 했다. 갔다가 베이글이 안 나왔다고 해서 30분 뒤 다시 찾아 갔고, 카드를 안 받아와서 버스 타러 갔다가 한 번 더 돌아가야만 했다(카드가 그냥 기계에 꽂혀 있었다ㅠㅠ). 

IMG_4754몬트리올의 베이글은 뉴욕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 흔히 장작 오븐, 손 성형(반죽을 길게 늘여 주먹에 둘러 말아 손으로 꾹 누른다), 계란을 포함한 반죽, 꿀 탄 물에 삶기 등을 꼽는다. 그러나 그런 요소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빵의 완성도가 낮았다. 외부의 색도 그렇지만 내부의 찐득함을 고려하면 확실히 덜 구워졌고, 기공이나 조직의 풀린 정도 및 냄새를 감안하면 1차 발효부터 잘 안 되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먹을 수 없음-먹을 수 있지만 맛없음-먹을 수 있고 맛도 있음의 허술한 3단계로 구분하면 1, 2단계 사이에서 1쪽으로 조금 더 기우는 완성도였다. 화장실에 가는 동안 포장을 부탁해서 가게에선 베이글을 정확히 보지 못했고, 들고 다니는 동안 누군가를 만나서 새로 생긴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꺼내 보았는데 좀 놀랐다. 말하자면 베이글 이전에 못 만든 빵이다. 굳이 추측하자면 노련한 경력자의 솜씨라고 여기기 어려웠다.

혹시 몰라서 가오픈인가 물었지만, 그건 아니고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한 상황이라고 했다. 베이글(1,800원) 자체를 파는 공장형 빵집보다 바탕 삼아 샌드위치(6,000원)를 파는 카페를 표방하는 내외부 디자인과 공간이었는데 여러 모로 심경이 복잡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빵집이 될 만큼의 설비나 역량을 갖추고 싶지 않았던 걸까? 장작불에 직접 굽는다는 점을 내세우기에 가게 전체의 분위기나 생산 설비는 굽기에 최적화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한편 객단가 높은 쪽을 선택한다면 굳이 베이글을 직접 구울 필요가 있을까? 샌드위치 전문점이 되고 싶다면 좋은 빵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그쪽도 아니었다.

빵이라는 게 특히 여름에 민감한지라 내가 사온 것들이 이 가게의 평균이나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현재의 완성도와 그외의 경험을 고려하면 재방문해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들지 않는다.

 

 

5 Responses

  1. 베이글 says:

    리뷰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픈하면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는 연희동에 everything bagel 이라는 가게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리뷰해주셔요. 어느날 집근처에 못보던 간판이 달리길래 찾아보니 미국 베이글맛을 한국에서 구현해보겠다는 야망으로 준비하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문제는 거의 반년간 계속 준비만 하는 것 같고 오픈할 기미는 안보입니다.. 연남동의 authentic bagel은 혹시 드셔보셨나요? 전 이곳 베이글이 별로 authentic 하다고 느끼지 않아서.. Bluexmas님의 의견이 궁금해지던 참입니다.

  2. Jerry says:

    그냥 살다 온 사람은 제발 취미로 음식점이든 빵집이든 안 열었으면 좋겠네요.

  3. Real_Blue says:

    아… 왠지 저도 뜨끔한 리뷰네요..

    블랑제리 혹은 빵집이란게 거의 모든 요식업을 통틀어서 아마추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으로 첫 번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숙련도가 떨어지면 먹을 수 없는 제품이 나오는 업종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저

    베이글을 만드신 분이 같은 정도의 노력으로 다른 요식업의 장르를 하셨으면 최소한 2에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 역시 매일 X>2 을 목표로 사투를 거듭하면서 묘한 기분이 드네요.

    손님에게 실험을 하면 안되겠지만, 또 언제까지 연습만 할 수는 없고… 장비와 셋팅의 중요성이 너무 중요한

    제빵업에서 주방을 본격적으로 셋업하지 않고 연습한다는게 무의미 하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저도 빨리 공부나 하러 가야겠습니다. 한 3개월후에 다시 들려주세요.. 그때쯤 되면 조금 나아 질지도

    모르니까요…:)

  4. henry says:

    좋은 글, 좋은 광고 감사합니다ㅎ

  1. 07/26/2016

    […] 경위는 이렇다. 트위터를 헤매다가 연남동의 몬트리올 베이글 가게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만에 베이글 생각이 났다. 베이글은 어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