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리버틴- 디테일의 부재
미국 요리(American Cuisine)는 무엇인가. 답을 내기 전에 적어도 1분 쯤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개념인지 문법인지 단박에 규정하기가 좀 껄끄럽다. 유럽의 문화를 들여와서 자기네들의 넓은 땅덩어리의 재료로 재현하니까 문법 반, 개념 반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각설하고, 미국풍을 추구한다는 ‘리버틴’은 9월에 처음 가보았는데 음식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맛부터 전형적인 한국의 음식-양식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가 꽤 강하게 드러났다. 짠맛은 조금 낮췄지만 단맛이 전혀 없고 표정이 뚜렷해서 좋았다. 그러다가 문자 그대로 브런치-아침을 건너 뛰고 적당한 타이밍에 먹는 점심-를 먹으러 가보았는데, 전반에 걸쳐 디테일이 꽤 떨어져 살짝 놀랐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상황은 때로 양 극에 걸쳐 있다. 한 쪽은 시도해서 떨어지는 것. 말하자면 과조리다. 이를테면 햄버거의 치즈가 녹은 다음 다시 굳어 뻣뻣해진 것. 주방에서 타이밍을 잘 못 맞췄다는 방증이다. 이 정도로 치즈가 뻣뻣해지만 차가운 걸 얹어 먹는 상황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감자도 표면이 전혀 바삭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기름에 데친 듯한 상태.
한편 시도하지 않아서 떨어지는 디테일도 있다. 에그 베네딕트의 아래 깔린 빵(정확하게 머핀이었는지 모르겠다 )이 그랬는데, 아예 굽지 않아서 다소 질겼다. 홀렌데이즈 소스, 수란, 아보카도의 나머지 요소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질감의 지점을 감안할때, 수분이 빠지지 않아 질긴 빵은 에그 베네딕트의 전체 경험을 큰 폭으로 떨어뜨린다. 게다가 그것이 혹시 주문이 밀린 가운데 소스에 덮여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생략해 나온 결과라면 시도를 해서 떨어지는 디테일보다 더 나쁠 수 있다. 한마디로 속이려는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
그렇다, 주문이 꽤 오래 걸렸다. 열심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40석 가량 되어 보였는데, 정오 기점으로 2/3쯤 차 있었다. 그럼 엄청나게 많은 수준이라고 생각이 안 드는데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은 족히 걸렸고, 순서도 안 맞았다(수프가 왜 나중에 나오는가). 소위 브런치로 많이 먹는 메뉴들이 ‘short order’, 즉 대부분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주문과 동시에 비교적 빨리 조합해 낼 수 있는 음식임을 감안하면 주방이 주문에 유연하게 대처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추구하는 맛 자체가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어떤 인적 자원 몇 명이 주방에서 일하는지 궁금해질 정도의 음식이었다.
*사족: 각각 음식 한 접시, 음료 한 잔씩 올리면 가득 차는 2인용 식탁이라면 수프 같은 음식은 이렇게 넓은 접시에 담아 내는 것이 비효율적이다. 서버가 교통정리-에그 베네딕트의 남은 샐러드를 가져가 작은 접시에 옮겨 담아 줌-를 바로 해줬지만 처음부터 대접에 담아 냈다면 그럴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그래도 디테일 부족이라니 불행 중 다행인 정도네요..
전 경리단 예스버거에 가서 빵도 패티도 영 아닌 햄버거 대충 먹고 나왔습니다. 혹여나 확인 차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제 희생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