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 먹을 나날들

IMG_9912그러니까 늦게 집 근처 어딘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8시 30분이 넘었으니 확실히 늦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난 사흘 동안 하루 한 끼 이상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손님이라고 딱 한 팀, 40대 후반과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나이 많은 남자는 이미 시끄러웠다. 그래서 듣고 싶지 않은 대화가 귀에 들어온 결과로 판단하건대 을, 젊은 남자가 갑이었다. 말하자면 모종의 ‘비즈니스 토크’를 하는 상황, 갑이 을을 구슬러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으로 보였다. 그러나 을은 잘 듣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아니, 내가 그런 걸 사실 알 게 뭔가. 남자는 손님이라고 넷 밖에 없는 공간을 거의 가득 채운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시끄럽게 말했다. 딱히 출력 조절의 실패로 보이지도 않아 보였다. 그냥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딱히 그런 걸 헤아릴 필요조차 느껴본 적이 없어 보이는 바디 랭귀지. 주문 착오 등으로 근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었는데, 정말 끝이 없었고 나는 결국 나오면서 말을 걸었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여기 앉아서 선생님 말하는 걸 다 들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요즘은 정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멀리 나갈 필요조차 없다. 저녁을 먹고 운동 겸 산책을 위해 바로 집 앞에만 나가도 온갖 것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단지 바로 옆은 넓은 차도와 면한 아주 좁은 도로인데, 거기를 밤에 라이트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대부분 *아저씨*들. 심지어 벨마저 울린다. 비켜 달라는 것이다. 아, 네. 다른쪽 인도에 면한 마을버스 정류장에서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던지고 버스를 잡아 타신다. 한편 은행잎이 한창 쌓인 다른쪽 인도에서는 개가 열심히 싼 똥을 그대로 두고 지나가는 아름다운 주인들이 거닌다. 한 번도 아니고, 그 길에서 만난 모든 개가 그랬다.

막말로 집 바로 앞에만 나가도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한다면, 정말 빌어먹을 일 아닌가. 이 모든 상황에 공통점이 있고, 결국은 그런 것들이 조금씩 사람의 다른 부분을 갉아 먹어 미치게 만드는 것 아닌가? 방어 표정을 좀 보라, 그도 이 빌어먹을 상황이 얼이 빠져버린 것 같지 않나? ‘아 #발 나도 더 이상 방어가 안 된다’고. 

2 Responses

  1. eoskan says:

    여러모로 불쾌할만 하셨네요. 저는
    다 들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에서 또 웃었어요. 진지하게 쓰시는 글인데 웃음이 나네요, 상황과 표현이.

  2. Man of Letters says:

    그런 사람들 보면 정말 짜증이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