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짜리 간장게장
지난 글이 비싼 음식에 대한 것이었으니, 이번엔 싼 것에 대한 글을 써보자. 2-3주 전 마포에서 1인분 2-3만원대의 간장게장을 먹고 와서는, 게장과 그를 중심으로 한 반찬 등의 총체적인 맛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어딘가를 걷다가 발견한 7,000원짜리 간장게장. 심지어 게장만 파는 것도 아니고, 동네 밥 및 술집 콘셉트로 온갖 생선구이며 제육볶음까지 파는 가운데 이걸 주력 메뉴로 내세우고 있는 곳이었다. 심지어 다섯 마리에 25,000원 포장 판매까지. 며칠 뒤 저녁에 찾아가서 먹어보았다.
보시라, 참으로 멀쩡하게 생긴 게 한 마리를 준다. 대강 만들었다고 할 만한 것도 아니다. 내 식탁 바로 옆에 큰 김치냉장고가 있었는데, 거기에 아주 차게 보관했다가 내준다. 마포에서 먹으면서 ‘이보다 좀 더 차갑게 먹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수준의 온도로 내준다. 그래서 ‘가성비’를 따져보았을때 대박 터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게장 전문 음식점의 약 1/4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 뭐가 올라와도 할 말은 없지만, 거의 정확하게 먹을 수만 있는 정도다. 재료의 질이 너무 낮기 때문은 분명히 아니다. 게장도 날 것의 게를 간장에 담근 것이니 거의 이진법에 가깝다. 먹을 수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다는 말이다. 이건 분명 먹을 수 있는 게장이다. 하지만 먹을 수만 있다.
간장이 게에 잘 배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이미 죽은 게를 써서?), 그보다는 이것이 “한방” 간장게장이었다는 점이 더 장애물이었다. 그다지 진한 간장 뒤로 정확하게 무엇이라 찝어 말하기 어려운 한방풍의 향이 퍼지는 것. 정체가 궁금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한창 손님이 꽉찬 저녁 시간이어서 후퇴했다. 한편 나머지, 즉 밥과 반찬도 딱히 도움은 안 됐다. 일단 밥은 쌀의 품질을 말하기 이전에(이 가격대에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흑미를 섞어서 굉장히 푸석했다.쌀에 섞는 곡식들에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믿지만, 흑미는 정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한식에서는 비벼 먹는 게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그에 비해 적합한 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너무 찰져도, 또 너무 푸석해도 맛이 없다. 거기에 온도까지 감안하면, 우리가 먹는 단립종의 찰기 있는 쌀이 정말 비벼 먹기에 적합한 것인지도 헛갈린다.
마지막으로 반찬. 사진이 설명을 다 해줄 것이라 믿는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같다. 양념에 파묻혀 풀이 죽은 풀 종류. 이런 반찬의 가장 큰 문제는 맛의 위계질서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짠맛 강한(하지만 이 경우엔 그렇지도 않은) 게장이 중심인데도, 나머지 반찬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로 재미있다. 심지어 국마저도 김치로 끓인 것. 이런 설정이라면 밥을 두 공기 정도 먹어 배를 채우라는 의도겠지만(인심은 후해 보였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한 공기만 먹고 일어섰다. 밥을 한 공기만 먹게 하는 게장이라면 그건 실패라고 봐도 좋다.하지만 다시 한 번, 이런 가격대라면 그저 먹을 수 있는 정도라면 된 것. 다음 글에서 좀 더 게장다운 게장을 놓고 생각해보겠다.
저 가격이면 아무래도 바라기가 어렵죠..가성비 나온다는 인천 게장도 인당 2만원은 생각해야 하겠구요..
부산역에서 달맞이고개는 좀 먼데, 부산역에서 광역 1001, 1003번, 혹은 40번 타고 문현교차로에 내린 후, 근처 2호선 지게골역에서 2호선 타면 해운대 지나서 중동역까지 금방 갑니다. 거기서 택시 타면 되겠구요. (승객도 많고 길이 막혀서, 광역버스로 줄창 이동하는 건 그리 권하지않음)
취재 이후 그냥 찾는 가게라면… 싼맛에 먹는 [영주동복국]복지리 (부산역>중앙동역 방향. 영주사거리 교차로쪽), 중간은 하는 남포동 [서울깍두기]의 특양지탕! (남포동역 1번출구에서 도보3분), 밀복지리와 5천~만원짜리 회는 남부민동의 [남포식당] (남포동에서 6, 26,30번 타고 대진아파트 혹은 남부민동 하차) 정도를 권해봅니다. 낡은 가게들인데 달리 받는 느낌도 있을겁니다.
일반 식사나 해물은 남포역 6번출구쪽에서 영도행 버스들 타고 영도구 대교동의 고만고만한 가게들을 가볍게 권해봅니다. 영도우체국 혹은 대교사거리 정류장에 내려 근방 가게들 찾아보면 한끼 하기 적당한 곳들 있을 겁니다.
연수구 벛꽃로에 7000원에 고등어구이 포함된 게장을 맛보시길….. 정갈합니다
청해밥상
뭐지 이 새끼는???
저렴하게 파는 밥집 까라고 돈 받아쳐먹었소?? ㅋ
사랑합니다, 고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