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싸대기와 다음 음식 후보에 대한 고찰
뭔가 찾아 봤는데 진짜 끔찍하다(자세히는 여기). 음식을 얼굴에 퍼붓는 것도 그렇지만, 그 앞뒤 상황은 더 끔찍하다. 드라마 자체는 보지 않으니 기본적인 고부 갈등 관계의 설정은 모르지만, 1분 30초를 보건대 좋을 거라 생각할 수가 없다. 물론 공중파 드라마가 되려면 나빠야 인지상정이기는 하다. 또한 그래야 사온 음식으로 손님 접대하는 걸 망신이라 여겨 저렇게 음식을 얼굴에 퍼부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결국 집밥 지옥인가.
태초에 김치 싸대기가 있었고, 그 뒤를 파스타-스파게티 싸대기가 이었다. 다시 한 번,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상황이지만 가만 보면 소스와 면의 비율이 적절하다. 며느리의 말처럼 “전문가가 만든” 것인듯. 어쨌든, 이 말도 안되는 음식 싸대기의 다음 주자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두 갈래다. 한 갈래는 음식의 성질. 일단 싸대기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점성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타격부위에 눈에 띄는 흔적을 남긴다. 색깔이 진하면 더 좋다. 김치나 스파게티가 등장한 건 어쨌든 장고의 산물이라 본다.
다음 갈래는 음식이 품은 상징적 의미다.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가 등장했고, 다음은 이탈리아-서양 음식의 대표격인 파스타-스파게티가 등장했다. 그럼 난 중식이 등장할 차례라고 본다. 대표적인 중식이면서 또한 점성을 지녔다면? 탕수육이 딱 들어맞는다. 익숙하면서 끈적하니까. 물론, 당연하게도 ‘부먹’ 탕수육이 등장해야 맞다. 그래야 그 모든 걸 한꺼번에 퍼부을 수 있기 때문. ‘찍먹’이면 소스 먼저 붓고 튀김을 던져 얼굴에 붙이기라도 할 것인가? 그럼 ‘임팩트’가 떨어진다. 굳이 먹지 않더라도, 극적인 효과를 위한 도구로 쓰더라도 탕수육은 역시 ‘부먹’이다.
자, 거기까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다음 탕수육 싸대기는 고부 갈등이 부먹-찍먹 논쟁으로 불거져 나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식탁머리에서 탕수육을 퍼붓는 설정으로 가지 않을까?
시어머니: (식탁의 부먹 탕수육을 보고 기겁하며) 아니, 너 세상에 법도라는 게 없구나. 누가 요즘 탕수육을 부먹으로 먹는다는 게냐.
며느리: 어머니, 아시겠지만 저희 아빠가 호텔 중식 주방장 30년 하시고 은퇴했잖아요. 탕수육은 부먹이 맞대요.
시어머니: 내 집에서 탕수육도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못 먹는다는 말이냐?! 잘난 부먹, 너나 먹어!! (얼굴에 퍼붓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드라마 세상이다. 명불허전 마봉춘인가.
ㅋㅋㅋㅋㅋ 마지막 탕수육 장면 상상하면서 웃었습니다.
얼굴에 붙어있던 탕수육이 하나둘씩 툭 툭 하고 며느리의 눈물과 함께 떨어질 때 극적 효과가 배가 되겠군요…..
소스에 맞아 쓰러진 며느리에게 폭언을 이어가며 탕수육 던져 붙이는 장면이 임팩트가 쎄긴 하겠네요…^^
그보다 화상입지않을까요? 전분 소스 뜨겁잖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