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시작, 책 두 권
새달, 새 마음, 새 자금…이 아니고 그냥 헐어 터진 마음과 너덜너덜한 지갑을 털어 책을 샀다. 7월로 넘어 오는 자정에 바로. 물론 이래봐야 기분만 좋을 뿐, 나머지는 전혀 좋을 게 없다. 게다가 잘 읽지도 못한다. 누군가 ‘토하는데 먹기가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한 것처럼, 현재 있는 걸 꺼내놓기도 벅차 집어 넣을 여유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산다. 그게 다 끝나면 또 잠깐 열심히 읽을 수 있는 틈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말하자면 이런 거라도 조금씩 쟁여 놔야 끝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은 어디에서 이야기를 주워 듣고, 혹 현재 내가 품고 있는 일의 본질적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샀다. 두 가지 생각. 첫 번째, 학교에 있을때 별 거 없던 가운데 종종 교수들의 박사 논문 주제를 찾아볼 때가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한국의 것이 많아서 의아하게 여겼다. 굳이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두 번째, 한국 태생 작가의 소설 가운데 1.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2. 주인공이 그 배경에서 이방인이 전혀 아닌 작품이 있던가?
도나 타트의 <Goldfinch>는 아무 생각 없는데 번역본이 두 권으로 나왔다고 해서, 1. ‘그럼 한 권짜리 원서로 살까?’ 2.’그런데 9,000원이 안 되네, 바로 사자’라는 생각에 그냥 사버렸다. 이 정도 두께면 페이퍼백도 누워서 읽기는 좀 부답스럽다. 요즘 웬만한 원서는 아마존에서 전자책으로 사는데 야금야금 문고판 영어 소설을 한두 권씩 사고 있다. 이건 확실히 물욕이다. 그래도 허세까지는 안 가고 물욕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일듯. 택배 상자를 열어 두툼한 책등을 쓸면서, 10년에 한 권 책 내는 작가의 기분을 상상해보았다. 감도 안 잡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