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수 포뜨기와 백화점 생선 코너의 서비스
어젠 백화점 생선 코너에서 생 임연수를 발견했다. 한 마리 3,500원. 민어니 도다리, 금태처럼 만 원은 기본으로 넘는 생선들 가운데서 초라하게 빛나고 있달까. 길이라봐야 15-20cm 정도니 가격 뿐만 아니라 덩치로도 밀리는 수준. 물어보니 요즘 물건이 나온다는데 군대 급식 등에서 먹었던 것보다 작다. 하여간 그 머나먼 옛날 군대 급식의 비인기 메뉴로 악몽을 겪기도 했고, 또 ‘사회’에서도 러시아산 냉동이나 가끔 만날 뿐이니 생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가워 사먹어보기로 했다. 포를 떠달라고 그랬는데, 생선이 너무 잘아서 한쪽에는 뼈를 붙인 채로 반 가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전에도 다른 백화점에서 도다리를 사면서 포를 떠달라고 했는데, 납작하고 작아서 안된다고 해서 그보다 30%쯤 큰 가자미로 선회했던 기억이 있다. 기본적으로 백화점 생선코너의 서비스를 좋아하는 가운데, 담당 직원이 생선 손질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생각을 해봤다. 이런 직원들이라면 전문가인데다가, 매일 반복 작업량이 많을테니 숙련도가 굉장히 좋아서 멸치도 포를 뜰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된다고 하는 걸까? 젓가락을 쓰는 민족이니 어떻게든 살을 발라서 먹을 수는 있다고 쳐도, 귀찮고 서양식 조리에 맞지도 않으며 두께가 다르니 균일하게 익지도 않는다.
1. 칼: 대부분 굉장히 크고 날도 아주 두꺼운 칼을 쓰는데, 뭐 엄청나게 잘 들테지만 과연 작은 생선의 포를 뜨는데 적합할까? 그냥 궁여 지책으로 집에 가져와서 뼈칼(boning knife)로 내가 포를 떴지만, 아마추어의 손길이니 생선의 안녕은 보장하기 어렵다. 도구가 문제라서 안해주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칼을 쓰면 분명 효율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다양한 종류의 칼이 있다는 걸 전문가가 모를리 없을 텐데,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실패 부담 회피: ‘회피’는 좀 과격한 단어지만, 백화점에서 파는 생선이 싸지는 않으니 잘못될 경우 부담을 직원이 책임져야 할 수 있으므로 위험 부담이 큰(너무 작거나 얇거나 동시에 살이 너무 무르거나) 생선은 아예 처음부터 원하는 대로 손질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두 가지를 생각해보았는데 둘 다 엄청나게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어쨌거나 난 분명 가능할 것 같은데 안된다니 안타까울 뿐. 생선에게 사과해야 하는 수준으로 포를 떠서 빵가루를 입혀 지지고 홀랜데이즈 소스를 만들어 고수를 섞어 먹었다.
보통 휠레 나이프를 쓰는데 말이지요..
칼등이 엄청 두껍고 (뼈를 자르기 좋도록) 날이 잘 서있는 데바 하나면 임연수 아니라 매직만한 학공치나 손가락 만한 정어리도 눈깜짝할 새에 석장뜨기(다이묘 오로시) 완성이죠. 횟집에서 덩치 큰 생선들을 포뜰 때 사용하는 삼마이 오로시도 마찬가지에요. 숙련도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다지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주로 마트 같은 곳에서 저도 많이 당했는데 포떠달라면 고기를 짖이겨 놓는 사례가 제법 있습니다. 걔중에는 분명 높은 숙련도의 직원도 있을테지만 아닌 경우도 있겠지요. 귀찮음+실패부담회피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네, 사실 도구의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걸로도 원래 잘 하는 분들이겠죠. 백화점에선 그래도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쉽더라고요.
IP block하셨군요. 항상 VPN 쓰고 있는 마당에 IP 로 막겠다는 것이 우습지만,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보기 싫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만 뵙도록 하죠. 어차피 댓글도 모더레이션 하는 방식으로 바꾸신 것 같고… 받아들이시지 않으니 시간 들여서 지적해 드리는 의미도 없어 보이고…
귀찮게 더이상 block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가 됐든 보기 싫으니 오지 마세요 한마디 해주시면 될 일 가지고.
건승하세요. 비꼰 것도 사실이지만, 애정있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번역하신 책도 꽤 가지고 있죠. 아마 받으신 인세에 제 돈도 조금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번역하신 책 이야기를 하니 또 편집의 퀄리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 굴뚝같지만, 역시 받아들이시지 않을 거 같으니 치우겠습니다.
글로 먹고 사실 예정이신 것 같은데 글을 발행하기 전에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지 확인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critic이신데 설득력 떨어지는 글이 많으면 경력에 별 도움이 안 되실 겁니다.
행복하세요.
간단히 답합니다. 저는 ‘바닥을 보이지 말아달라’는 말씀이 무엇인지 이해하신다고 믿습니다. 또한 논리를 말씀하시는데, 바닥을 보이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논리입니다. 저의 글과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 며칠 남기신 인신공격성 덧글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자식을 때리면 안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 덧글에서 당부를 드렸고, 받아들이지 않으셨기에 조치를 취했습니다. 네, 워드프레스 기반 블로그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우회해서 덧글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스쳐가 어떤 의미인지는 아실 거라 믿습니다. 또한 제가 님에게 인신공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과, 그 덧글을 노출시켜 모두가 듣는 것은 또 다른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덧붙입니다. 저는 이미 글을 써서 먹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외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동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모든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아닙니다.
님 글 되게 못쓰시네요
제 경우에는 스페인에서 삼겹살 용으로 고기를 얇게 썰어 달라 하니 그렇게는 안 해주더라고요. 언어가 짧아서 길게 묻지는 못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아시아인이라서 귀찮아서?), 삼겹살 용으로 고기를 구입하려면 특정 정육점으로 가야 했어요. 생선 포뜨기 하니까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