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조차 없는 토마토
구정 연휴 전,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방울흑토마토를 한 상자 샀다. 500g 6,900원. 큰 흑토마토는 사봤어도 작은 건 처음이었는데, 익었는지 따지기 전에 너무 단단하고 껍질이 질겨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덜 익은 건가 싶어 닷새 정도 두면서 관찰했는데, 쪼글쪼글해지지만 더 익거나 부드러워지지는 않았다. 원래 이런 걸 납품받아 파는가 싶어서 다시 백화점에 가져가면서 포장에 붙어 있는 번호로 생산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한마디로 원래 그렇게 딱딱한 것이고 술집 같은데 납품 많이 나간다고. 백화점에서는 이미 몇 개 먹었으니 반품을 굳이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정도로 딱딱한 걸 먹을 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쨌든 환불.
나는 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질기고 단단한 토마토가 “원래 그런 것”으로 자리잡아 팔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씹는 맛이고 뭐고 다 좋은데, 일단 정말 먹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게 현재 토마토의 현실에 엄청난 돌연변이는 사실 아니다. 애초에 토마토는 약한 열매라 수확-유통 과정에서 못 먹게 되는 게 많고, 이를 막기 위해 갈수록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거나 단단하게 품종 개량해오고 있다. 또한 이런 걸 백화점 등지에서는 고급화의 일환인지 냉장보관한 채로 판다. 토마토는 냉장보관하면 알갱이가 생기는 것처럼 육질이 거칠어지기 때문에 상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어쨌든, 이러한 현실로 인해 세상엔 맛 있는 것보다 없는 토마토가 넘쳐난다. 한겨울을 빼놓고는 거의 언제나 볼 수 있는, 트럭에 실려 오는 찰토마토를 맛보시라. 그냥 신맛만 난다. 단맛도 감칠맛도 안 난다. 또한 방울토마토 종류는 거의 과일에 가깝도록 단맛 일색인 경우도 많다. 마트에서는 다른 과일처럼 ‘브릭스’값을 표기해 단맛으로 토마토를 홍보한다. 나는 생산자의 의사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과연 그들은 어떤 경로와 기준으로 이런 작물의 재배를 결정하는가? 그들이 내리는 결정은 온전히 그들의 것인가? 분명 재배하면서 맛을 볼 텐데, 이렇게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고 질긴 것을 먹으면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을까?
그래서일까요… 한국에선 관심없다가 외국에 나가서 먹게 된 식재료들이 꽤 됩니다. 토마토, 와사비,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