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트멕, 계피, 시나몬
어제 ask.fm을 통해 질문 들어온 것도 있고, 간만에 트위터에서 돌고 있는 화제인 것 같아 짤막하게 다뤄보자. 일단 너트멕(육두구) 부터. 모든 향신료가 그렇겠지만, 가루를 내는 시점부터 맛이 계속 떨어진다. 오래 버티는 향은 그만큼 강하므로 매력도 적다. 그래서 통으로 갖춰놓고 상황에 맞춰 볶거나 그대로 갈아서 쓰는 편이 훨씬 좋다. 특히 너트멕은 베샤멜 소스 등 주로 짠 음식에 쓰는데 의외로 많이 쓰지 않아서, 알갱이를 한두 개만 갖춰 놓아도 오래 간다. 생각 날때마다 집어와서 아직 넉넉히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이태원 포린 마트에서 판다고. 한약재 시장에서 ‘육두구’를 찾으면 한 근 단위로 살 수 있다고도 한다.
한편 계피, 또는 시나몬. 늘 헛갈려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찾아보는데, 그래도 돌아서면 또 잊는다. 우리가 흔히 계피로 알고 있는 게 ‘Cassia’고(사진에서 두꺼운 것), 그렇지 않은 게 ‘Cinnamon’이라고 들은 게 마지막 기억인데 확실치 않다. 이번만은 찾아보기 귀찮으니 건너 뛰겠다. 하여간,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우월을 가리는 쪽으로 흘러 가는 것 같은데, 둘 다 가지고 써 보면 굳이 그렇게 갈라야 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사진에서 얇은 쪽이 더 비싸게 팔리는 건 맞고 향도 더 좋지만(더 단 편)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두꺼운 걸 제치고 쓸 수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너트멕과 마찬가지로 언제 갈았는지도 모를 먼지 같은 제품을 사서 숟가락으로 푹푹 떠 쓰지만 않으면 된다(3년 전인가 먹은 이촌동의 동빙고 단팥죽 기억이 아직도 난다. 팥 껍질은 이 사이로 파고 들었고, 계피가루는 썼다). 향신료는 언제나 액센트를 주는 역할이므로 신선한 걸 조금만 쓰면 된다.
그리하여 신선함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할때 필요한 도구. 너트멕류는 갈이(grater)면 충분하다. 보기보다 물러서 쑥쑥 시원하게 잘 갈린다. 갈이는 하나 있으면 한식의 마늘이나 생강을 갈 때도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데, 마이크로플레인 제품은 좀 비싼 편. 가장 오른쪽은 이케아의 강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파는지는 모르겠다. 저것만 있어도 충분하다.
한편 얇은 ‘시나몬’은 갈면 부스러져 효율이 떨어지므로 칼날로 갈아주는 양념갈이를 쓰는 편이 낫다. 원래는 커피콩 갈이지만 본업에는 별로. 작은 씨앗 종류의 모든 향신료에 쓸 수 있다. 한편 두꺼운 ‘계피’는 양쪽 모두에 썩 잘 갈리지 않는다. 수정과에 푸짐하게 넣는 게 제 용도인듯?
지인 중에 넛멕을 메시드 포테이토에 넣는 사람이 있는데, 풍미가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더군요.
다만 좀 비싸다고…사진에 보이는 덩어리를 갈아서 쓰더라구요.
아, 비싼가요? 그래도 꽤 오래 씁니다. 으깬 감자에도 좋고, 베샤멜 소스에도 좋고… 향신료를 잘 쓰면 음식의 표정이 한결 더 풍부해집니다.
커피 그라인더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수도 있겠군요. 기존에 쓰던걸 향신료용으로 돌리고 커피 그라인더를 새로 살까봐요. 넛멕도 통으로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가루 제품을 쓰다가 아이허브를 봤더니 알갱이가 대여섯개 들어있는 63g 짜리를 6달러에 파네요. 그거라도 사서 써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돌절구가 있으면 딱딱한 알맹이도 빻아서 쉽게 쓸 수 있고 쉽게 씻어서 다용도로 활용 가능할 텐데 그라인더 같은 것은 세척이 좀 어렵더군요. 일일이 분해해서 씻을 수도 없고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으면 쓸 수 없구요. 잔존 습기에 향신분말이 묻으면 뭉쳐서 안 좋으니…..
저 셋은 그래도 여기저기서 쉽게 구할 수 있던데, 올스파이스 홀은 도통 한국에서 구할 루트를 모르겠네요. 혹시 괜찮은 곳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