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글 쓰기
출력 직전에 훑어보며, 이제는 클라우드에 올려 관리하는 폴더를 세어보았다. 여섯, 일곱… 여덟. 지난 십 년 가운데 팔 년은 뭔가 돈 안 되는 글쓰기를 조금씩 해 놓은 셈이다. 과연 써먹을 날이 올지 모르겠고 또 안 온다는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지만, 이제 그것만으로 적당한 단행본-230쪽짜리 뭐 이런 거 말고-의 분량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솔직히 이젠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 관성, 또는 습관으로 하는듯.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는 가운데 당위성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다. 어떤 건 그냥 적당히 스스로를 속여 가면서 하는 것도 괜찮다. 이제 이건 그런 영역에 속한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한다. 딱히 생각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근육에 밴 기억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냥 책상에 앉아 쓴다. 매해 조금씩 더 무감각해지고 있다. 좋은 징조다. 올해는 새 컴퓨터 및 작업 환경에 익숙해지는 방편으로 삼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회사 다닐때 쓰던 프로그램 비슷한 걸 찾아서 작업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데, 헤아려 보니 스물 여섯 시간 정도 걸렸다.
연말의 과제는 늘 두 가지, 이것과 통영 가서 굴국밥 먹는 것이다. 하나를 끝냈으니 이제 하나가 남았다. 그 둘 모두를 해야 한 해를 그럭저럭 보낸다는 생각을 한다. 아쉬움이 안 남는 것이다. 택배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좀 그래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갈 데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전갱이와 예정에 없는 와인 한 병을 들고 들어와 저녁을 먹었다. 사는 게 이렇다.
괜찮네요, 이런 삶. 굴국밥 먹으러 통영 가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더구나 오랜 시간 한결같이 글을 쓴다는 것 역시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맛있게 먹고 오세요.
그런데 왜 갈 데가 없었나요? 인터스텔라 아이맥스로 다시 보시지 그랬어요. ㅋ (지난번 영화에 대해 쓰신 거 봤어요. 저는 개봉하는 날 아이맥스로 봤는데, 영화가 다소 길었다는 것을 제외하곤, 여운을 가득 안고 그게 깨질까봐 차에서 음악도 안틀고 집에 왔거든요. 과학이라면 두통과 하품부터 나오는 제가, ‘이 이론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뭔가 더 알고 싶다!’라고 느끼게 해 준 영화인데. 아! 맥커너히의 연기에 대해선 동감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