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쓸데 없는 믹스넛 만들기
그렇다, 사실은 쓸데없는 글이다. 그러나 견과류, 즉 ‘넛(nut)’이 장안의 화제인지라 거기 편승해서 슬쩍 쓸데없는 글을 한 편 쓰고 싶어졌다. 원래 더 좋은 구실이 있었다. ‘이 믹스넛에 마카다미아도 들어간다’였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니 안 들어있다. 함께 섞어 만든줄 알고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재료를 사다놓고 게으름부리는 동안 맛있다고 야금야금 다 먹어 치웠다. 떠나려는 비행기를 되돌려서 사람을 내쫓게까지 만든 마카다미아는 그런 견과류다. 맛있다. 그래서 사실 비싸다. 비행기에서 나가는 건 구워 소금간을 한 것인 모양인데, 700g에 3만원대. 어제 궁금해 찾아봤는데 마카다미아의 원산지는 호주라고. 많이 파는 초콜릿 입힌 제품 등등 때문에 나는 하와이가 고향인줄 알았다.
따지고 보면 마카다미아의 가격도 직접 믹스넛을 만드는데 공헌을 했다. 저렇게 파는 건 비싸기도 하고 소금간이 되어 있으니 차라리 내가 굽지 않은 걸 사서 직접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건 다른 견과류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개 섞어 파는 건 비싼 편이고 간이 되어 있다. 물론 코스트코에 가면 간이 안 된 믹스넛을 팔기는 하는데, 이건 소분이 안 되어 있다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 건강에 좋은 게 견과류라지만 그것도 적정량 먹을때 말이 된다. 하여간 이런저런 생각에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항상 아몬드를 구워 놓고 조금씩 먹었는데 결국 그걸 업그레이드 하는 셈이다.
과정은,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는 건 아니지만 다소 귀찮다. 일단 오픈마켓에서 재료를 산다. 비율은 마음대로 맞출 수 있는데, 가격대가 비슷한 아몬드와 캐슈넛을 1:1로 잡고, 헤이즐넛을 0.25 정도 더했다. 나처럼 게을러서 빈둥거리며 야금야금 다 집어 먹지만 않았더라면 마카다미아도 그 정도 비율로 더하면 된다. 먹는 사람의 수나 빈도 등에 따라 총량을 정하면 되는데, 아몬드와 캐슈넛을 각각 500g씩만 잡아도 결과물은 1kg이 넘는다. 그정도만 돼도 한꺼번에 볶아 놓고 먹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나는 전부 1.5kg 정도로 맞춘 다음 500g씩 나눠 진공포장을 해 일단 냉동실에 보관했다. 물론 나누는 건 아주 간단하다. 다이소 같은데서 파는 큰 플라스틱 통에 한데 섞고 뚜껑 덮어 잘 흔들어준 다음 저울로 달면 된다.
그렇게 뒀다가 먹을 때가 되면 한 봉지씩 꺼내 포장을 뜯어, 제과제빵용 팬에 한 겹으로 잘 펴 담아 180도 언저리의 오븐에서 7분 가량 굽는다. 아몬드는 껍질이 있으니 알아보기 어렵고, 캐슈가 노릇해지기 시작할때 내리면 된다. 견과류는 항상 색이 돌기 시작하다가 훅 가버리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완전히 식힌 다음 그대로 나눠 담아도 되고, 나처럼 건포도를 조금 섞어 간을 맞춰줘도 좋다. 한 줌 정도 잘 섞어서, 마트에서 사온 가장 작은 짚락에 나눠 담는다. 목표는 40g. 얼마 안되는 것 같아 보여도 한 봉지 먹고 나면 신기하게도 더 먹고 싶은 생각은 잘 안 든다. 소분의 위력이랄까.
하여간, 이렇게 쓸데없는 글 한 편 쓴다. 더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자면, 난 사실 대한항공을 꽤 탄 축에 속한다. 돌아오기 직전 델타 노선이 생기기 전까지, 애틀랜타에서 유일한 직항편이었기 때문. 갈때는 13시간 30분, 올때는 15시간 30분 걸린다. 참으로 엄청난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항상 그 노선 생각이 난다. 그리고 또한 ‘비욘드’라는 기내 연예 잡지에 모 잡지사를 통해 글을 썼다가 그 회사가 망해서 원고료를 못 받은 기억도 난다. 아, 그리고 외신에서는 ‘go nuts over nuts’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런게 영어의 재미가 아닐런지. 뭔가 영어권 국가에선 신나하며 한 줄씩 썼을 듯.
저한텐 작은 집락에 담은 믹스드넛츠는 미국 오피스워커의 간식입니다. 미국선 직접 굽지도 소분하지도 않았지만 트레이더 조스에서 산 봉다리를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요긴하게 잘 먹었는데 요즘엔 한참을 안먹었네요.
아 그리고 여기서도 그 뉴스는 화제입니다. TV서도 그렇고, 출장길 기차에서도 어떤 아저씨승객이 스마트폰으로 그 기사를 정독하시더라는…
요샌 시간이 많이 나지않아서 대강 시간에 맞춰 먹고있습니다.. 쉬는 날에 회기동 ‘산해관’에 오랜만에 갔는데-재료다듬질이 정통 중식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천굴탕면이 나름 맛있더군요. 탕면에는 아무래도 박력있는 굴 보기가 힘든게 현실입니다..
홍대’쿠자쿠’는 기름기를 감안하면 간이 너무 약하고 싱거워 이 맛도 저맛도 아니더군요. 그래도 홍대 앞에서 11,000원(차슈 추가 3천원)이면 두툼한 독일산 차슈라도 실컷 먹을 수 있기에 몇번 갔는데, 최근방문땐 식후 속이 불편해서 다시 가고픈 생각은 들지않았습니다. 계란 덜 익혔죠;;